무르마 2020. 6. 15. 00:48

지난 2월에 짧은 일기를 남기고 오랜만의 글이다.

그사이 또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만, 아주 특별한 것은 바로 마음 깊숙이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긍정심이다.

스스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울컥 긍정의 마음이 터져 나온다.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이 생길 수 있지 하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웃어넘기는 것이 잘사는 방법이 아닐까?`

`그때 그 순간을 후회하기보다는 그 순간 덕분에 지금이 있었다고 생각하자`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루려고 애쓰기보다 세상에 조금 더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막 이런 근거 없는 따스한 빛들이 마구 샘솟아서 나를 안정시켜주고 이끌어준다.

숨 쉬는 것이 버겁던 순간들이 내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안정적이다.

나를 자책감과 원망,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틈틈이 밀어 넣었던 오래된 친구와의 단절이라는 문제도

어느 순간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뿐인가 보다. 인정하고 보내주자."라는 마음이 들면서 편안해졌다.

그 친구가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들을 누리며 행복하기를 빈다. 진심으로.



우리는 마치 지금 가지고 있는, 소유한 것들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 속에서 산다. 감정도, 신체도, 사람도, 기억도 영원할 거로 생각한다.

흐르는 노래에서도, 드라마 속 대사에서도, 책의 한 구절에서도 늘 "영원한 건 없다"라는 말을 접하면서 살지만

막상 어느 것에 휘어 잡혀버리면 시야가 차단되듯이, 터널 속에서 빛은 멀고 어둠은 가깝게 느껴지듯이 판단력 또한 급속히 흐려지는 것 같다.

그럴 때 숨 고르기를 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멋진 인생이다.

이젠 대단치 않은 것들이지만 중요한 것들을 차분히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일을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나를 스쳐 간다.

구구절절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나중에 이 일기를 다시 꺼내볼 나를 위해서 몇 자 적어보고 싶다.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이고, 그에 따르는 위험부담도 나의 것이다.

누군가의 말이 나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은 결코 나를 억지로 이 결정에 몰아세운 적이 없다.

내 손으로, 내 발로, 내 눈으로 결정한 일이니까 그에 곁가지로 따라오는 것들을 그냥 즐기자.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따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