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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일기장

어이없당... 개에 물렸어...

할아버지댁 강아지 두 마리가 어쩌다가 서로 싸워서 그걸 말리다가 크게 물려버렸다.

나는 통감이 정말 둔해서 긁힌 정도의 고통만 느껴서 상처가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엄마가 바지를 걷어보더니 갑자기 혼비백산이 되어서 울먹거렸다. 알고보니 살점이 뜯겨서 너덜거리는 정도였다..

우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놀라게 하면 안 될 것 같고 상처를 치료하는 게 먼저라서 간다는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그래도 다행히 동네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보성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것까지 30분도 안 걸리고 척척 했던 것 같다.

상처가 크게 남을 것 같지만.. 그나마 다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괜찮다 괜찮다하니깐 더 낫다.

근데 내내 아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를 않는데 부모님, 특히 엄마한테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그렇게 당황하는 건 정말 보기 힘든 일인데 내가 너무 놀래킨 것 같다.

겁이 없고 늘 둔한 덕에 여행에서 다리에는 큰 화상을 머리는 꿰맨 자국을 가지고 돌아온 딸 때문에 속상했을텐데

그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무릎쪽에 너덜너덜한 상처를 덤처럼 더 얻다니...


그런데 막상 마음이 진정되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강아지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싸우는 걸 말리느라고 소리도 많이 질렀고 떼어놓는다고 때리기도 했다. 눈물이 돌 정도로 정말 너무 속상하다.

평소에 나에게 살갑던 녀석들이 살기를 띄고 물어 뜯을 기세로 서로를 향해서 이빨을 세우는 걸 보니

한 순간에 너무 당황스러워서 제지시킨다고 그 난장판 속에 끼어버렸다.

좀 더 멀리서 막대기같은 걸로 갈라놓았더라면 더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결국 내 실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결국 모든 가능성이 겹쳐지고 겹쳐져서 나온 결과가 이거라니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되돌아보면서 오늘을 마무리해야겠다.


강아지들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를 물지않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댁에 가기 전에 엄마가 진지한 대화를 요청했는데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주제라서 대화를 거부하고 무시했기 때문에

굳이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확률의 확률의 확률로서 나타난 현재니깐.

그 때 그 대화를 피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오늘 할아버지 댁에 갔을까? 

과거에 대한 후회는 미련한 것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냥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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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후에 병원에 가는 길에서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엄마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행복하자고 같이 지내는 건데 굳이 또 사고를 쳐버렸다니.

앞으로 엄마 말 잘 들어야지. 내일 뽀뽀도 해줘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