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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R-MA[무르-마] :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언가를 더듬더듬 찾는 행동

주변 사람들이 늘 무르마가 뭔지 물어보길래, 예전에 써놓은 독후감에서 끄집어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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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R-MA[무르-마] :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언가를 더듬더듬 찾는 행동.

 상상해본다. 이 사람은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물놀이를 하다가 잃어버린 반지일까, 실수로 떨어트린 안경일까, 아니면 그저 돌멩이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까. 사는 것이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르마같다는 생각. 다들 첫 인생, 첫 순간, 첫 감정, 첫 느낌, 첫 경험, 첫 숨결이라 모든 것은 더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태어나 느끼는 모든 것이, 비슷할 순 있어도 다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하늘 아래에 처음이 아닌 것은 없다고. 모든 이들이 흐릿-하게 보이는 물속을 발가락으로 더듬어가듯이 살아가고 있다고. 가끔은 다슬기인 줄 알고 집었더니 작은 돌일 수도 있고, 신발인 줄 알고 꺼냈더니 검은 비닐봉지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래도 쉬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과거에 이 강 바닥에서 건진 소중한 것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

 내 부담감은 이 예쁘고 반짝이는 단어로 인해 한결 가벼워졌다. 삶은 무르마 같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내 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늘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시간들이 느슨해지고 지겨워지는 시간에는 더듬거리다 맞닿는 다른 이의 감촉이 내가 혼자 헤매고 있지 않음을 위로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이 강에서 늘 함께 기뻐하기를, 위로하기를, 호흡하기를 바라는 새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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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쓸데없고 귀여운 것들을 많이 건지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