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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12] 어쩌면 괜찮지 않은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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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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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018


D+12, 08/09

오늘 11시라고 했던 카페 사장님과의 인터뷰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계속 신경 쓰였나 보다.

꿈에서도 시달리는 꿈을 꿨고 새벽 5시 20분쯤 일어나버렸다.

일어나서도 새벽부터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완-전 하루가 망쳤다는 게 이런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호주에 온 이래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은 첨이다ㅎㅎ..

우선 앉아서 커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자기소개부터 나를 어필 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공책에 적어가면서

"나를 뽑아주세요."를 영어로 구구절절 적고 있는데 늘 자신감 넘쳤던 내 마음과 다르게 오늘따라 너무 불안하고 마음 한 구석이 힘들었다.

나는 커피를 못 만들고, 만약 뽑힌다고 하더라도 하루의 트라이얼 후에 혼자 카페를 봐야할텐데... 이걸 어떻게 납득시키지?

내가 사장이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을 두고 엄청나게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어제 원래 일하던 바리스타로서 나를 인터뷰했던 사람한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카페가 문을 닫는 날이라서 다시 인터뷰 스케줄을 조정하자고... !

뭔가 인터뷰 약속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루 일정이 바뀌고 이런 걸 떠나서 우선 오늘은 정말 아니었다.

미뤄져서 다행이다.


근데... 가능성이 30퍼센트라도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를 할텐데 인터뷰를 준비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수직하락했다.

하루만에 회복 가능할까?


우선 너무 일찍 일어났으니 다시 잠들기로 합니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나갈 준비를 마쳤다.

미역국을 점심으로 해먹으니 벌써 3시가 넘어갔고 주변의 괜찮은 카페들은 3-4시면 문을 닫아서 이미 가기엔 늦은 상태.

주말마다 새로운 곳을 한 군데라도 가보려고 했는데.. 하고 검색해보니

걸어서 20분 거리에 굉장히 핫한 서점 겸 카페가 있길래 거기로 향했다.


@Berkelouw Paddington

걸어 걸어 걸어 걸어... 근데 정말 딱 하이드파크만 지나와도 정말 조용한 동네가 펼쳐진다.

건물도 모두 낮고...

하지만 걸어서 가는 길에 adult shop이 많으다.

당황했수다.

저 멀리 보이는 서점의 형태.

운영시간이다.

서점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책도 사려고 훑어봤는데 결국 앨리스 샀잖아요.. 제 수준은 10살이잖아요..

1층은 서점, 2층은 카페.

그리고 2층에는 중고책도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혹시 책이 너무 비싸서 고민이라면 2층으로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층 카페에서 "One cafe macchiato, please"라고 했는데 "Cafe latte?"라고 다시 물어봐서

다시 한 번 저의 발음에 숙연해졌고요..?

커피를 오래 마시기는 좀 그런 게, 서점이 유명한 건지 자리가 꽉 차 있어서 나도 커피만 좀 느리게 마신 뒤 짐을 챙겨서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래의 Art&craft 샵에서 스케치북도 하나 사왔다.

오늘의 기분을 풀 무언가가 필요해.. 뭔가 집중해서 그리고 싶다.

동네가 귀여워서 한 컷!


집 앞의 한호식품에서 김치랑 고추장 그리고 바람떡을 사왔다.

아침에 나올린이 주고 간 스시에 고추장찌개를 끓여서 먹었다.

내일은... 음 뭘 먹지?

오늘의 밥을 먹으면서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는 이 시대의 혼밥족

하지만 같은 거 너무 많이 먹으면 질린단 말이야...


다 먹구 잠들었다.

카페를 갈까 집에서 할까 고민하는데 잠들어버려서 2시간 정도 잔 뒤에 일어나서

바람떡, 커피, 딸기, 우유를 먹으면서 할 일을 척척 처리하는 중...

아 오늘 자기 전에 영문 이력서 써야하는데 진짜 짜증난돠..

나 뽑아줄 거야? 뽑아줄 거냐고! 


나는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내가 너무 대견하고 또 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생활들에 스며있는 문화나 가끔 정류장이나 카페에서 나누는 스몰톡이나 이런 건 이렇게 쓰는구나 하며 일상에서 배우는 단어들도 좋았다.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는데 사실 내 안의 어느 한 구석은 괜찮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잘 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라며 나를 밀어붙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에게나 친구들에게나 지인들에게 나는 늘 '잘 해내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으니깐.

이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내일 있을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잠든다.


그래, 비록 한 시간이나 떨어져있고 시급도 낮지만 그래두 커피를 배울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 될거야.

시드니에 있는 이상 최선을 다 해보는거다.

이 정도 고생은 예상했었구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지금 24살의 나로서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니깐 모든 게 나에게 좋은 일로 돌아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