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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63~D+65] 10월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방법, 할로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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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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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9/10/2018


D+63, 29/10

어제 치팅데이 너무 즐거웠다.

오늘은 점심은 간단하게 오징어를 구운 것으로 대체하기로..

양심은 있어가지고..

어제 주일 설교 후에 할로윈을 맞이해 알바하는 곳의 사람들과 쉐어하우스 사람들, 지인들에게 할로윈 쿠키를 만들어서 주기로 결정했다.

결정한 뒤에 핀터레스트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세상에나! 넘 귀엽쟈나.

이때까지만 해도 할로윈 쿠키 만들 생각에 그저 신났던 나.

하지만 사람 기분 잡치게 만드는 두 명의 손님으로 인해서 집 가는 길에 버스에서 혼자 울었다.

막 줄줄줄줄 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또륵- 슥- 또륵- 슥- 이렇게 한 방울씩.

사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진상도 아니지만 내 일기를 읽은 사람은 알듯이

지금 금,토,일,월 이렇게 4일 동안 최소 한 명의 손님씩 나에게 말도 안되는 스트레스를 선사하고 있는지라 오늘 그게 터져버렸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어싱을 뚫거나 머리를 바꾸는데 오늘은 피어싱.

퇴근하는 길에 미리 알아둔 피어싱 가게로 구글맵을 쳐서 갔다.

<Off Ya Tree>

호주에서 피어싱하면 신분증 필요하다고 하길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신분증을 요구했다.

가진 게 주민등록증 뿐이라서 그거 줬음.

하나 뚫는데 15$였고 센시티브한 스킨이 아니라고 말했더니 제일 저렴한 피어싱으로 뚫어줘서 5$씩 추가, 총 40$을 지불했다.

거기다가 소독제 10$ 하나 사서 총 50$내고 뚫었으니 꽤 저렴하게 잘 뚫은 것 같다.

그리고 예약된 시간마다 시술을 하고, 수술실같은 방에서 엄청 청결한 상태로 뚫어주는 것도 너무 좋았다.

집주인 딴띠도 어디서 그렇게 싸게 뚫었냐고 주소를 받아갔다.

아, 피어싱도 특이하고 멋진 모양이 많다.


오랜만에 피어싱을 뚫으려니 엄청 긴장되는 마음, 그러나 뚫고 난 뒤에 스트레스가 머리 끝부터 쭉- 흘러서 사라지는 기분!

이거다.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던가-

그나저나 2개나 뚫어버렸네.


피어싱 예약시간 전에 집에 잠깐 들려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요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냥 만들어만 두고 왔다.

그래서 피어싱을 뚫은 후 집에 와서 밥을 먹기 시작.

딴띠가 "너 밥 되게 많이 먹는다~" 하다가 "이거 내 첫 끼니야."라고 하니깐 "아~"하고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징어만 먹었다고요 흑흑-

그래도 키토식을 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나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소화불량과 속쓰림, 저혈당이 사라졌다는 것.

원래는 배고픔을 느끼는 그 순간부터 몸이 비정상적으로 불안해져야 하는데 그런 게 사라지고

배가 고픈 느낌이 들고나서 슬슬슬슬 몸의 기운이 빠진다.

(예전에는 배고파서 피자를 시키면 피자가 배달오는 그 30분 동안 손을 달달 떨었다.)

그래서 참고 키토식을 계속 해보고 있는 것 같다.

치팅 이후로 오늘 아침에 속쓰림을 다시 겪었기 때문에, 오늘은 다시 돌아가는 걸로

왼쪽의 볶음밥도 컬리플라워 라이스로 만든 거다.

딴띠가 먹어보라며 준 쿠키, 진짜 맛있었다.

참고 하나만 먹었다. 흑흑-

따뜻한 차랑 같이 먹거나 밀크티에 먹으면 한 주먹도 순삭하겠다.

쿠키를 만들기 위해서 Coles에 재료를 사러 왔다.

근데 밀가루부터 난관.

Plain/Self raising flour에서 한참을 꿈뻑댔다.

그냥 박력분은 Plain이고 팽창제가 혼합된 밀가루가 Self raising 이라고 한다. 

아이싱에 넣을 색소부터 바닐라 에센스, 아이싱 백, 슈가파우더 등등 필요한 건 대부분 샀는데

중요한 건 할로윈용 쿠키틀을 찾지 못했다.

그게 젤 중요한 데 이게 무슨 일이야.

우선 내일 다이소에 가보는 걸로...


D+64, 30/10

밤에 자는 내내 쿠키가 걱정되었는지 아침 일찍 일어났다.

게다가 이번 주부터 남는 오전 시간에 새로운 카페를 가보기로 결정한터라 오늘 할 일이 2개라서 조급조급.

9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는 맑음 맑은 맑음


카페 @Reuben hills

오전 7시부터 4시까지 영업하는 카페이다.

호주의 카페들은 참 일찍 열고 일찍 닫는다.

드립 커피 한 잔을 먹으면서 둘러보니 힙한 카페답게 앉을 자리가 없다.

다음엔 와서 브런치도 먹어봐야겠다.


@Daiso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이소에 확인해봤더니 할로윈용 쿠키틀이 없었다.

그래서 무슨 패기인지 내가 커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각칼 세트를 사왔다.

지금 생각하면 도라이다.

그땐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한 치 앞도 모르는 나는 가방에 조각칼을 품고 일회용 카메라를 사러갔다.

이번 달부터 한 달에 하나씩은 찍어서 나중에 인화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Photoland

드디어 fujifilm 퀵스냅 겟챠!


오늘 날씨도 좋은데 일이 척척 해결되는구나.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와서 100g에 탄수화물이 0.9g 들어있다는 면을 이용해 짬뽕을 만들어 먹었다.

에엑- 퉤.

맛없어.


그리고 안나가 오늘 30분 일찍 출근해 줄 수 있냐고 해서 알겠다고 말하고 쿠키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반죽이 생각보다 잘 되는거다!


그래서 와- 할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만드는데

쿠키커터부터 망했다. 열받아.

조각칼로 조각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누구 아이디어냐 진짜.

그리고 분명 블로그에서는 오븐 170도 12-15분 사이에서 구우면 된다고 했는데 30분이 넘도록 반죽상태였다.


결국 포기 후 빠르게 정리하고 출근했는데

오늘 아침부터 요리조리 빨빨대면서 다닌지라 이미 배터리 방전이다.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식당 손님이 내 이름과 국적을 물어봤다.

자기 이름도 소개해줘서 외우려고 노력하고 메모도 해놨다.

흑흑 뭔가 뿌듯한 하루다.

다음에 또 오면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그래서 퇴근 때 Poke bowl 하나를 포장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그대로 두고 집에 왔다.

"사장님.. 버스정류장에.. 혹시 제 포케볼 있나요?"

"어우~ 완전 덩그러니 혼자 있어."


시내로 오는 와니한테 받기로 하고 나는 그 근처 마트에 쿠키커터가 있는지 찾아보고 다녔다.

쿠키커터 빌런.

쿠키커터에 목숨 건 사람.

와니가 오고 포케볼을 받은 뒤에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와니는 오늘부터 유니클로에서 일을 시작해서 오전 5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와니... 그러다가 죽어...

집에 와서 늦은 늦은 늦은 저녁을 먹는데

세상에, 포케볼 너무 맛있쟈나.

게다가 퀴노아랑 캐비지 케일이 주로 들어가있어서 탄수화물 걱정도 없었다.

소스는 신경 안 쓴다.

내맴이다.


그리고 쿠키커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찾으러 간 Coles에서 로스트 치킨을 발견하고 겟챠.

아, 이제는 그냥 동그란 모양 쿠키커터면 되어서 동그란 쿠키커터를 사왔다.

할로윈 쿠키커터를 찾으시는 분들은 일주일 전에 온라인에서 주문하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어쨋든, 쿠키커터를 샀으니 내일 아침부터 쿠키만들기에 돌입해야겠군!

굿나잇!


D+64, 30/10

모던패밀리와 쿠키의 조합. 행복하네요.

쿠키커터 사길 너무 잘했다. 

쇽쇽쇽 찍으면 쇽쇽쇽 나오고 을매나 편하게요.

누가 조각칼로 호박이랑 박쥐랑 팔 생각했냐...

쿠키들을 오븐 170도에 넣어놓고 방탄커피 한 잔.


근데 오븐 온도가 다른 건지 170도로 익히니 죽어도 안 익길래 (4시간이 넘도록 안 익음)

210도로 올리니 그제서야 익어갔다. 어이없네. 내 4시간 돌려줘.

초코 아이싱과 바닐라 아이싱을 통해서 만든 할로윈 쿠키다.

별로라구?

할 말이 없다.

다이소에서 산 귀여운 호박 바구니에 레스토랑 사람들 이름을 새긴 쿠키도 담았다.

따-란!

예전에 빵집에서 알바할 때 OPP봉투 묶던 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인생이란 알 수가 없군.

가게에 trick or treat 오는 애기들 주려고 했는데 아무도 안 왔다.

그래서 마지막에 커플이 식사하길래 내가 만들었다면서 주니깐 되게 좋아했다.

귀여운 커플 같으니라고.

요즘 우리 레스토랑을 지키는 토마토.

신메뉴 때문인데 뭔가 여름여름하고 좋다.


안나가 내일 오전부터 일해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알겠다구 했다.

이번 주 오전에 집중할 일들이 계속 생기면 나야 좋다.

개인적으로 신경쓰지 않기로 한 일이 하나 있기 때문에, 다른 것에 집중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다시 쿠키 아이싱에 돌입.

사실 쿠키는 이제 꼴도 보기 싫어서, 내일까지 하지 않으려면 오늘 끝내버려야 했다.

이놈들, 나를 그렇게 고생시키다니.

그래도 하나 먹어보니 맛있더라.

이거는 쉐어하우스 식구들과 지인들 몫.

포장까지 완료하고 짤주머니도 버려버렸다.

어후, 속 시원해- 다시는 하지 않으리.


이렇게 10월이 지나갔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만큼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나중에 너무 그리울 것 같다는 예감만 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디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

건강해지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