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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68~D+69] 드디어 에어팟이 내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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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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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1/2018


D+68, 03/11

오늘은 시급 인상한 첫 날, 캬하하하하!

갑자기 아침부터 열정에 넘친다.

나는 유노윤호다. 

(어제까지 최강창민이었다.)

오늘 날이 매우 더운지라 카워시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식도 중간중간 챙겼다.

너무 더워서 지치면 세차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그러면 내가 친절한 것도 의미가 없다.

카워시 가게는 카워시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어쨋든 시간은 흘러흘러 점심시간이라서 어제 남은 족발을 먹었다.

근데 이상하게 약간 속이 울렁거려서 먹다가 말았다.

체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그냥 제로코크 하나 마셨다.

건강하고 싶어, 짜증나!


오늘 일이 끝나고 미경이와 세정언니를 만나 내가 만든 할로윈 쿠키를 주려고 했던지라 카톡으로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다.

미경이는 퀸 빅토리아 빌딩 앞에서, 세정언니는 UTS 건물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으로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쿠키를 챙기면 딱 약속시간이라서 끝나자마자 버스와 메트로를 타고 타운홀 역으로 가서

집으로 호닥닥 뛰어가서 호닥닥 챙겨서 호닥닥 나왔다.


바빴지만 요즘 무단횡단을 잡는다고 해서 신호는 다 지켰다.

돈이 아깝잖아요.


그리고 미경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진 다음에 애플에 가서 에어팟 (229$)를 현금박치기로 구매!

너무 뿌듯하다.

늦은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할래.

원래 블루투스 이어폰 커널형이 하나 더 있는데 귀에 피어싱 2개를 더 뚫었더니 커널형이 안 들어간다.

아푸다.

그래서 오픈형인 에어팟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아이폰용 이어폰을 사용할 때 피어싱 자리가 아프지 않은 걸 보면 괜찮을거다.

가방에 신나게 에어팟을 품고 세정언니가 있는 UTS 건물로 가는 도중에 핸드폰 배터리가 아웃됐다.


이것부터 오늘 고생의 시작.

지나가는 사람 중에 한국인에게 물어봤지만 파워뱅크가 없었고,

그 어디에도 돈을 주고서라도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세정언니가 기다릴 거라는 생각과 배터리를 생각하지 못한 나의 멍청함을 탓하며

UTS 건물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길래

거의 빌다시피해서 페이스북 메세지로 언니에게 1층에 있다고 알렸다.

그리고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 세정언니.

하긴 나도 페이스북 메세지는 확인 안 하는데 언니라고 할리가..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뭐라도 나오면 보조배터리를 사려고 모퉁이를 넘어가니깐

딱! 내가 어딘지 아는 사거리가 나왔다. 

썅!

모퉁이 하나만 돌면 되는 거였는데!


인생이란 정말, 큰 문제 앞에서 우왕좌왕하더라도 답은 모퉁이 하나에 있구나.

혼자 어이가 없어서 비식비식 웃으며 다이소로 들어가 작은 파워뱅크를 사서 충전한 뒤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TIP 파워뱅크 중에 미리 충전된 것과 방전된 것이 있으니 바로 사용할거면 충전된 걸 고르세요.)


거의 1시간 반을 고생했는데, 모퉁이 하나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


어쨌든 언니랑 만나서 언니한테 쿠키도 주고 레스비랑 건강음료도 줬다.

언니랑 언니 남자친구 먹으라고 2쌍씩 사 왔는데 레스비 하나는 너무 속이 탄 내가 원샷 때림.

언니는 나 준다고 오뎅볶음을 가져왔다.

반갑게 만난 뒤에 빠르게 헤어짐. 키히-

그래도 쿠키 늦기 전에 줘서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힘듦 100을 찍은 나를 위해 짬뽕탕을 선물.

그리고 언니가 준 오뎅볶음과 같이 먹었는데

언니가 준 오뎅볶음으로 밥 한 그릇도 가능할 거 같다! 맛있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에어팟 개봉식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숨을, 다-

가져가하아하아 하,하,하

와우 에어팟 열면 연결되는 GANZI BOSO.


그리고 나는 에어팟을 꽂고 아무 노래도 틀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THE END-


D+69, 04/11

오늘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너무 힘들었다.

일어나면서 "내일은 무조건 쉬어야지!"라고 다짐하고 출근했는데

카이로랑 얘기해보니 카이로도 오프를 받고 싶어해서 그냥 내일 내가 일 한다고 해버렸다.

대신에 오늘은 집 가자마자 자야겠다.

이번 주는 너무 너무 피곤하다.


아침부터 밀려드는 손님에 한참 열심히 커피를 만드는 데 안나에게 전화가 오길래 엥?하고 받아보니

2주 뒤에 레스토랑 식구들과 피크닉을 갈 건데 가고 싶으면 미리 오프를 받아놓으라는 전화였다.

이번 주 월요일에 일한다고 하길 잘했군.

피크닉 너무 재밌겠다.

안나에게 내가 준비할 건 뭐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지만 필카나 넉넉히 준비해서 사람들 사진이나 많이 찍어줘야지.

좋은 순간들은 늘 너무 소중하니깐.

요즘 필카 사고싶어서 알아보는 중인데, 진짜 사고싶은 건 120만원이다.

일을 미친듯이 해도 사고싶은 게 이렇게 많으니 과연 내가 세계일주를 인도부터 다시 이어서 떠날 수 있을까?

오늘부터 다시 가계부를 써야겠다. 밀린 영수증이 그득그득하다.


카페 일은 음! 재밌었다.

아침부터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가 오셔서 나 또한 싱글벙글 기분이 좋았다.

다정한 말들은 하루를 다정하게 바꾼다.

나도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지.

영어부터 잘 해야 하는데.. 머쓱머쓱


근데 화장법을 좀 더 여름에 맞게 바꾸고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갈웜 인생 최초 레드립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저에겐 늘 미샤 - 살사레드 밖에는 없었는데요.. 이거 하나로 버틴 나의 여행들..

가을 가을한 톤에는 슈에무라 모던레드라길래

시드니, 데이비드 존스 백화점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니 정말로 어쩐 일로 레드립이 나한테 어울리길래 샀다.

(그 다음날 좀 덜 어울리길래 칠리 살짝만 덧바르니 펄펙-)

아, 그리고 이사배님 영상을 보다가 영업당한 맥 코렉트&컨실러 팔레트도 샀다.


맞아요.

저 시급 올라서 돌아버렸어요.

행복해요.


아다니다가 시간을 보니 벌써 6시 반이 다 되어갔다.

집으로 가서 김말이 몇 개를 구워먹고 교회로 갈 준비 후다닥-

오늘 예배는 무슨 공연팀이었는데 (늦어서 제대로 못 들음)

애들이 행복한 게 눈에 보여서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


자라가면서 내가 가진 윤리나 도덕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성인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던지라 참, 사람들을 싫어하던 때도 있었는데

모든 존재가 저렇게 사랑에 넘치던 때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해 못하던 나의 미성숙함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현재 내가 미워하는,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마음 그 어느 곳에 있을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생각하고 용서하려고 노력 중이다.


끝나고 미경이와 짧은 안부를 묻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다렸던 치팅데이를 즐겼다.

유린기를 먹으며 모던패밀리를 보는 것!

이거시 나의 행복.

요즘 너무 일기에 음식 사진만 넣어서 마치 식단일기가 되어가는 기분에 일부러 음식사진을 자제 중이다.

그나저나 모던패밀리는 시즌 당 10번 씩은 본 거 같은데 질리지를 않는다.

만약 나중에 나도 가족이 생긴다면 저렇게 자주 모이면서 살고싶은데 그럼 너무 꼰대할머니 같으려나.. 흑흑


이번 주도 잘 지나가줘서 다행이고 고맙다.

개인적으로 마음 먹었던 일도 잘 참았다. 장하다 장해.

다음 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