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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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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2018
✘D+74, 09/11
오늘은 카페에 출근하는 날이라서 조금 일찍 알람을 맞춰놨는데
몸이 축축 쳐저서 결국 옷도 입고 싶은대로 못 입고 아무거나 주워입은 다음 출근했다.
아직도 머리는 멍한 상태.
세상에서 작아지고 싶다ㅡ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스타그램 피드를 정리했다.
여행했던 사진도 기록들도 다 보관함에 넣어버리고 최대한 마음에 드는 것들만 남겨뒀다.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지워버렸다.
요즘 너무 많은 시간을 그 곳에 허비했다.
글이나 일상 공유를 최대한 블로그에만 집중시켜서 해야겠다.
카페에서의 시간은 굉장히 많은데 (손님이 적은 편)
무언가를 하기에는 몸과 마음에 눅눅한 때가 많아서 그것도 쉽지 않다.
여기 터가 안 좋은건지 왜 자꾸 카페에 출근하면 기운을 뺏기는 것 같지?
그래도 에어팟 덕분에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 사장님은 내가 에어팟 끼고 있어도 아무 말 안 한다.
행복하다.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울어버릴 것만 같아>
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인간을 선/악으로 나누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드라마가 딱 선/악으로 나눠놓고 억지로 선을 응원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아 인간은 입체적이라고요.
<밀회>나 <나쁜남자> 보고싶다.
엥? 내 취향 도덕성결여?
점심으로 우버이츠를 이용해 맥도날드를 시켰다.
오랜만에 치킨버거 맛있게 먹고 토할 것 같았다.
선 흡입 후 구역감.
이런 몸으로 잘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래도 체하지는 않았다.
오늘 어째 사장님이 확인 전화를 안 한다고 했더니만
전화기가 고장난거였다.
흠- 덕분에 더 잘 쉬었습니다.
카페에 처음 다닐 때만 하더라도 라떼아트를 여러 개 마스터하는 목표도 있었는데
최근 카페만 오면 무기력한 기분에 시달리면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일부터는 출근 후에 최소 10잔은 연습해야지.
내년 1월까지 괜찮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달ㅡ이면 꽤 길고도 짧은 시간이니깐.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왠일로 잠에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많이 힘들었나보다.
밥을 먹으면서 가연하고 통화를 하는데 가연이 갑자기 많이 힘들어 보이길래 얘기를 하다가 둘 다 울컥했다.
우리 참 열심히 살았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하지말란 거 안 하고 때마다 바쁘게도 살았던 것 같은데
가연은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그게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나보다.
나야 아직 치열한 취업 전쟁에 뛰어들기 전이라서 잘 모르지만
내가 옆에서 늘 봐 온 가연이는 능력도 뛰어나고 어디 내놓아도 잘 할 사람인데 저렇게 힘들어 하는 걸 보니 많이 안타까웠다.
나도 힘들어하고 가연도 힘들어하는 오늘,
그래도 저녁에 다시 통화를 하면서 우리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일들을 후회해버리고 다시 돌아가서 모든 걸 원하는 대로 고친다고 한다면
내가 보기에 완벽한 사람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지금 가진 모든 것들을 잃어야 한다.
후회해봤기에 남의 후회를 이해할 수 있는 거고
실패해봤기에 남의 실패를 동감할 수 있는 거니깐
지금의 내가 가진 사람들과 시간들과 생각들과 마음들을 사랑한다면
과거는 잘 흡수해야겠다.
서로가 힘들어서 서로를 위로하기 위한 말들로 서로 치유받았던 오늘.
내일은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오늘도 힘을 내서 이 글을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