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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85] 혼돈의 키토제닉과 서버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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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18


D+85, 21/11

아침을 여는 정은채ㅡ

이 사진에서 가장 귀여운 점... 길지 않은 손톱에 빨간 매니큐어다.

길었으면 멋짐이고 짧으니 귀여운... (요즘 앓고있다)

잘 생겼쟈나 잘 생겼쟈나ㅡ


오늘 <최강의 식사>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어쩌라는거지? 애매하고 어렵고 벌써 힘드네.."


16시간 정도의 단식과 최고의 재료를 엄선하고 가려서 먹는데..

그래, 몸이 안 좋아질리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식단에 적응하려면 어떻게든 내 식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책 한 권만 읽고 판단하자니 내가 접한 정보가 너무 편협하다.

<The magic pill> 다큐도 다 봤다.

그리고 그 반대되는 다큐도 조금 봤다.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글도 읽어봤다.

내겐 실제 겪은 사람들의 정보가 더 필요하다.

나는 이미 이 식단을 2주 정도 겪어보았고 내 저혈당에는 아주 좋은 효과가 나타났지만

길게 보면 어떨지 아직 확신을 못 하겠다.

게다가 끊었던 것들을 섭취했을 때 몸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그게 스트레스를 느끼게 할 때가 있다.

특히 두유에서 심하게 느꼈다. 뒷골이 땡기고 머리가 아팠던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정말 인정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방탄커피다.

방탄커피를 먹는 순간 식욕이 사라진다.

게다가 활력은 넘치고, 무언가에 딱 집중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탄수화물을 20g정도로 제한하는 것은 2주 이미 했으니 지났다고 치고 다시 유지할 수 있는 양으로 70g을 정해야겠다.

특히 여성으로서 호르몬을 무시할 수 없기에 만약 갑자기 평소에 생각나지 않던 단 것들이 생각난다면 그냥 먹기로 결정했다.

더 자세한 설정은 내일 아침에 공책을 들고 적으면서 결정해야지.


오늘의 점심은 야채카레와 컬리플라워 볶음밥.

생각 외로 너무 맛있었다.

야채를 많이 사두었는데 저탄고지 식단에 대해서 정확하게 몰랐을 때 야채도 피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자제하고 있었다.

근데 책을 다 읽어보니 야채는 맘껏 먹는 것을 추천했다.

뭐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그래도 급 신이 난 나는 즐겁게 야채를 때려넣었다!


그리고 스테비아로 방탄 코코아 만든다고 설치다가

플라스틱 컵에 팔팔 끓는 물을 부은 나는.. 그렇게 손에는 화상을 바닥에는 처참한 사건현장을 남겼다.

욕을 한 20번을 한 것 같다.

가연이한테 상황을 설명했더니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실수는 누구나 해~"

"그럼 너도 이런 적 있어?"

"나는~ 그런 실수는 안하지~"

라고 해서 욕을 사서 먹었다.


손이 화끈거려서 흐르는 차가운 물에 댔다가 차가운 병을 잡았다가 난리를 쳤는데

결국 답은 알로에였다.

얼굴에 바르려고 사놓은 100% 알로에 젤을 바르고 10분 정도 있으니 후끈거리면서 화기가 거의 다 빠졌다.


그리고 오늘 레스토랑 일은 정말 F word 였다.

어젠가 오늘인가 세정언니 페이스북 글에서 "마이크로어그레션" 이라는 단어를 배웠는데

아마 호주에서 지내다가 보면 무조건 겪게 되는 일이 아닐까싶다.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한 차별의 순간들.


오늘 약간 그런 느낌이 드는 손님을 둘 정도 받았는데 원래 예의가 없는건지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건지~

어쨌든 참 미소가 나오지 않는 하루였다.

이럴 때마다 '영어라도 잘해서 나중에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꼽이라도 주자!'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조건 일등 시민의 자리는 빼앗기는 세상에서 사는 게 열받아서 그냥 짜증 나버린다.

물론 너무 좋은 손님들도 많지만 저런 사람들이 하루에 1-2명만 와도 이미 정신은 온통 그 사람들이 앗아간 뒤다.

게다가 dairy를 먹을 수 없는 손님이 와서 정신을 더 쏙 빼앗았다.

엄청나게 어렵고 복잡한 주문들로 가득해서 키친-손님을 왔다갔다 거리면서 계속 확인해야했다.


그리고 퇴근 전 셰프님과 장난식으로 티격태격 얘기를 하다가

내가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다른 알바생한테 잘 대해달라고 한 말에 

셰프님이 "내가 천사같이 하는 걸 모르는구나? 우리 식당 정도면 진짜 편한거야~ 다른 곳을 가봐야 알지~" 라고 말하는데

순간 기분이 너무 나빴다.

속으로 '다른 데로 가라는건가? 그만 두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저렇게 다른 곳과 비교하면서 스스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좋은걸까?' 라는 의문에 스스로 사로잡혔다.

나 또한 다른 이와 비교하면서 내 스스로가 괜찮다고 자기합리화를 하진 않았나, 과연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집에 가는 내내 했다.


게다가 요즘 키친에서 그 다른 알바생에게 짜증내는 일이 늘면서 괜스레 옆에 있던 나까지 스트레스 받는 참이었다.

그 알바생이 한국인이 아니라서 자신에게 짜증내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니깐 알아먹는데 전해주지 못하는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중이다.

내가 보기엔 그 알바생 잘못도 아니고 그 알바생은 그냥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려고 주방에 계속 체크를 해주는 건데 그걸 짜증난다고 느끼나보다.


아,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건데 걍 내일 가서 그 알바생한테 따로 키친에 주문 확인 하지말라고 말해야겠다.

어차피 오더는 홀에서 옳게 들어갔고 음식을 안 뺀 건 주방탓이니깐.


오늘 왜 이렇게 다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지ㅡ

다 짜증난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