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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89~90] 그만두고 싶다는 염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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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11/2018


D+89, 25/11

일어나기 힘들어서 30분 지각한 나... 

하지만 카페 오자마자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일석이조...

사진에 end 부서진 거 왤케 웃기냐.. 

그리고 토스트를 촉촉하게 굽는 법을 터득하고 싶다.


오늘 카워시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바빴다.

앉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고 손님들도 엄청 오래 기다렸음..

그래도 어제, 오늘 노엘이 꼬박꼬박 카워시에 나와있음으로 인해서 카워시 만족도는 더 높은 것 같다.

그건 좋은데 노엘이 메뉴를 전부 뒤짚었다.

XX, 야 그럼 진작 말해야지 진작 메뉴판 다 만들었더니 다시 다 갈아엎는 건 어느 나라 예의냐?

이때부터 나는 노엘에게 화가 많이 났다. 아니 어제부터.


오호늘은 일요일, 퇴근하고 짬뽕밥을 먹은 뒤 교회로 갔다.

터키 목사님이 오셔서 통역해주시는 한국인 목사님과 함께 얘기를 들려주셨다.

터키의 기독교 박해가 알던 것보다 심각해서 놀랐었다.

anyway, 신기했던 것은 예전에 순천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던 오빠를 여기서 보게 되었다.

와우.. 지구는 둥그니깐 한 바퀴 돌면 다 만난다더니.. 세상은 좁디 좁다.

하필 호주에 하필 시드니에 하필 이 교회에 하필 저녁 예배에서 만나다니.

여튼 그렇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요일을 맞이한 장보기를 했다.

귀엽다.

치약이 떨어졌길래 치약도 샀다.

이거 귀여워서 그냥 샀는데 너무 좋다.

내 취향이야.. 맵지 않은데 개운하다.

그리고 왁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해야해서 샀는데 역시 원래 쓰던 gigi왁스가 최고다.

여기선 보이질 않아서 못 사고 있지만 언젠가 아마존에서 시켜버릴 것 같다.

아니면 돈을 더 주고 워머랑 다른 왁스를 사서 사용해봐야지.


오늘도 그냥 저냥 살았다. 화를 좀 덜 내고 싶은데 3주 간 휴일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이 예민해지고 화가 쉽게 난다.

게다가 곧 생리기간이다. PMS의 영향으로 정말 쉽게 빡치는 중이다.

아, 정말.. 


D+90, 26/11

오늘도 카워시 출근.

정말 쉬고싶었는데 어제 너무 피곤해보이는 카이로에게 "너 내일 출근할래?" 라고 물어보니 "아니, 제발. 쉬고싶어"라고 해서

"알겠어 내가 할게..."라고 했다.

마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이라서 늘 이렇게 둘이서 폭탄 떠넘기기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 정말 곧 그만 둘 것 같군...

게다가 오늘 메뉴로 나를 열받게 만들던 노엘이 나에게 "내가 편집할 수 있도록 원본을 주겠니?"라고 시전.

아니, 미쳤냐고요. 내가 왜 열심히 디자인한 메뉴판 원본을 줘? 누구 좋으라고?

평소에 고마운 행동을 했음 몰라.

스무디 일부터 날 자꾸 부려먹으려는 것 같아서 말 걸 때마다 열받는다.


그래도 오늘 출근해서 한가하길래 창고 정리를 했다.

매 번 들어갈 때마다 도대체 여긴 언제 치우려나 했는데 일개 알바생인 내가 이딴 것까지 하고있다.

그래도 치우는 게 마음 편하다.

완전 다 뒤집고 거의 다 버린 뒤에 남은 것들만 쓸고 닦고해서 잘 정돈했다.

그랬더니 금방 점심시간, 오늘 그래도 멍 때리면서 시간 낭비 안해서 좋다.

유투브에서 도로시님이 3분 카레 매운맛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길래 나도 3분 카레...

조금 매운 맛으로 시작.

따로 건더기를 넣어야 하는 건가 살 때 고민했는데 역시 나의 가렉사가 물어보자마자 대답해줬다.

그리고나서 노엘 메일을 확인하니 또 바꿀 일이 산더미에 원본 타령.

웃기네.. 내가 왜? 내가 왜 원본을..?

그래서 오늘 11PM까지 클리어하게 수정할 점 보내라고 그럼 전부 수정해서 보내준다고 했다.

사실 구구절절 메일에 "이게 거창한 작품이 아니란 거 알고 원본 보내주는 게 별 일 아니란 거 아는데 이거 원래 내 일 아닌데다가 내가 폰트부터 디자인까지 전부 만든거야. 보내주기 링ㅈ@##^%^&^&^* 웅에우엥우" 다 썼다가 그냥 지우고

"11시까지 클리어하게 수정할 점 정리해서 보내줘."라고 바꿨다.

알아서 나 빡친 거 알아먹어줘...


오늘 손님이 <신경끄기의 기술>을 또 들고 왔길래

"어? 너 지난 주에도 오지 않았어?"라고 했더니

"어떻게 알았어? 너 기억력 좋다~"라고 해서

"아니, 이 책이 기억나, 어때?"라고 하다가

그 손님이 엄청 극찬하고 <사피엔스>라는 책도 추천해주고 가서

ebook으로 바로 구매했다.

안 그래도 요즘 읽고싶은 책이 없었는데 아주 잘 되었군.

어제 사둔 망고로 퇴근 후 간식을 때웠다.

사실 오늘 모자를 사러가고 싶어서 망고를 먹고 후다닥 나갔는데 이게 뭔 일.

이미 문을 닫은 거십니다.

시드니는 모든 가게가 정말 일찍 닫는다.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에 산 적은 없지만)이 그립군.

그리고 노엘 덕분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던 나는 오랜만에 술을 먹었다.

퇴근 후에도 계속 느껴지는 이 스트레스를 어쩔 바를 모르겠다.

원래 알바생 신분은 퇴근 후에는 해방감을 느껴야 하는데 미친놈의 사장 덕분에 집에서도 메일을 보내고 있는 내가 정말 알바생일까?

아 이렇게 쓰고 나니깐 정말 더 그만두고싶네.


여튼 술을 먹고 (그러면 안되지만) 사우나를 했더니 너무 행복했다.

정말 몸이 노곤노곤 녹아버리는...

어깨에 뭉쳐있던 긴장감도 많이 녹아내렸다.

아, 정말 내일 오후 출근이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