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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92~93]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투쟁했던 나날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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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11/2018


D+92, 28/11

가연이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겸 신년 선물로 에어팟을 사라고 돈을 보냈다.

"가연, 매장가서 사. 그게 GANZIYA."라는 말과 함께.

난 너무 멋진 친구야.


가연은 선이 없는 이어폰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며 사람들에게 자랑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정말, 당연히, 되지!

자랑해ㅡ!


오늘은 출근하는 버스에서 <신경끄기의 기술>을 읽었다.

다 정말 아는 말인데 다시 활자로 읽으니깐 너무 좋다.


오늘 일은 정말 한가했다.

왜냐면 지금 시드니에 스톰이 상륙했다.

헤헤ㅡ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손님들도 별로 없었다.

뭔가 너무 먹고싶은 마음에 퇴근하면서 3개나 테이커웨이를 했다.

그리고 집 앞 리퀴어샵에서 맥주도 하나 샀음.

이 시간을 위해 일을 해왔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맥주, 그리고 모던패밀리만 있으면 난 어디든 갈 수 있어!

어제까지 받던 스트레스여, 이제 그만 떠나가..


D+93, 29/11

아침부터 노엘한테 빡쳤던 이유가 확실해져서 문자로 X랄했다.

근데 진짜.. 장난하나. 내가 기계야?

커피도 만들고 카워시 접수도 받고 전화도 받길래 너무 열받아서 시급 올려놨더니 빅메뉴를 나에게 선사하는 노엘.

지난 번에 노엘이 처음 빅메뉴를 제시했을 때

"이걸 혼자 만들라고? 너 내가 커피도 만들고 접수도 받는 거 알지..?"라고 했더니

"혼자하기 부담스러우면 하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자!"라고 답변하길래

속으로 '응~ 될대로 되라~ 나야 그만두면 그만~' 하고 그냥 모든 걸 진행시켰는데

하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라는 거는 며칠동안은 빅메뉴로 고생해보라 이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workload가 벅차다고 했더니 시급 올리고 workload 더 많이 주는 건 뭐야?

인간 대 인간으로 너무 한 거 아님?

아, 너무 열받아서 문자로 하고싶은 말 다함.


지난 번 스무디 일을 포함해서 3가지 일 하기 힘들다고 해서 시급올렸더니 곧 나한테 4가지 일을 시키겠다? 너가 시급 이 정도 주면 이렇게 시켜도 된다고 생각해?

부터 시작해서 여튼 마무리는 당분간 모든 걸 스탑하기로.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나한테 easy to make라며... 12월 1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은근히 압박 준 걸 생각하면 진짜 피꺼솟임.

아니, 니가 해보라고요.

자기가 못하니깐 날 시키는 거면서 당연하고 쉬운 것처럼 지껄이고 난리야.

너는 주말에 만나면 살얼음판을 걷게 될 줄 알아라.


그리고 노엘과 문자로 입씨름을 하다가 버스도 잘못 탔다.

아ㅡ 진짜 내 실수인데 노엘한테 짜증남.


오늘 레스토랑 출근을 좀 일찍하기로 했어서 런치타임에 오랜만에 일을 하게 되었다.

런치타임은 그냥 그냥 저녁보단 한가했음.

근데 가끔 오더 진짜 짜증나게 하는 테이블이 있다.

우리 레스토랑은 보통 세세한 개인 주문도 최대한 받아주는 편인데

그걸 5명이서 온 테이블에서 3-4명이 그렇게 개인 주문을 넣어버리면 받는 나도 짜증남.

어쨋든 모든게 끝이나고 점심시간.

점심 만드는 핫푸드 셰프님이 내 취향을 한껏 고려해주셔서 짬뽕과 탕수육을 만들어주셨다.

오늘 내 생일인가요?


그리고 휴식시간에는 커피 테이커웨이해서 주변 벤치에 앉아서 가연이랑 통화를 했다.

비가 오다가 멈추다가 하더니 결국 맑아진 하늘.

완전히 파란색이다.


그리고 가연이랑 통화 후 다시 읽기 시작한 책.

<신경끄기의 기술>



오늘 레스토랑 일은 umm.. 잘 한 것 같다.

큰 실수는 없었고 중간에 바빠서 제 템포를 찾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래도 잘했다.

그리고 오늘 가연이 어린시절과 너무 닮은 애기가 와서 예뻐서 죽는 줄 알았다.

이름을 테일러..! 자주 오는 애기인데 오늘에서야 이름을 물어봤다.

다음에 또 오면 이름을 불러줘야지 귀염댕이...


저녁에 집에 와서 일주일치 장도 봐뒀고 내일 점심으로 가져갈 것도 있다.

11월에 세이빙 할 금액들도 정리했다.

11월의 마지막 날이 내일이다.

11월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12월도 잘 잘 잘 잘 더~ 잘 굴러가기를!


이 모든 날들이 비록 지금은 좀 스트레스 받을 지라도 내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의미가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