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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103~104] 빠른 번아웃, 느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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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2/2018


D+103, 08/12

아, 어제 너무 쿨쿨 잘 쉬어서 오늘은 좀 나을 줄 알았더니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몸에서 '안돼, 안돼'라고 붙잡는 거 같았다.

몸이 너무 무겁고 정신도 무거워서 침대에서 걸음을 떼는 게 너무 힘들 정도였다.

더 쉬고싶지만 토,일은 카워시도 바쁜 날이라서 내가 쉬면 카이로가 배로 힘들다.

오늘은 힘을 내서 출근을 하는 것으로..


정말 다행이도 카워시는 그다지 바쁘지는 않았다.

화-목요일동안, 급격하게 늘어난 레스토랑 쉬프트와 새로운 알바생들의 혼란으로 몸도 너무 아프고 스트레스도 너무 받아서 쉽게 회복되지를 않았다.

이 날도 다리가 너무 부어서 신발이 작다고 느껴졌다 계속..

그래도 오늘 카페알바가 끝나고 레스토랑을 도와주러 가야한다.


한가한 시간에 핀터레스트.

나중에 가연이 만들어서 줘야지.. 스폰지밥 조아하니깐 이것도 조아할거야.

본가에 흰 벽이 좀 애매한데 이렇게 넝쿨 키워도 너무 예쁘겠다.

주방에 난 환기창까지 너무 좋다.

나중에 집 한 구석에 이렇게 준비된 미니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커피답지 않은 패키지라서 저장.

예전부터 이런 느낌의 폴로를 사고싶었는데 아울렛에 갈 시간이 없네..


그리고 오늘 너무 더운 나머지 숏컷을 찾아보았다.

정말 당장가서 싹둑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예전에 충동적으로 숏컷 후 기르는데 애를 먹던 것을 생각하고 꾸욱 참았다.

어른이군. 어른이 다 되었군.


게다가 숏컷이 더 자주 손봐야 해서 귀찮다..

차라리 지금 긴 머리에 히피펌을 한 번 더 하는 게 편하겠다.

여기는 미용실이 비싸서 쉽게 발걸음이 가지지는 않는다만 이번 달 말에 꼭 히피펌을 해야지.


그리고 내일부터 몇 개 카페 메뉴를 개시하기로 했다.

오늘 연습삼아 만들어 봤다.

바나나 브레드를 구워서 그 위에 리코타 치즈, 웰넛을 뿌린 뒤에 꿀을 얹어서 나가는 디쉬인데

내가 만들고 내가 맛있어서 겁나 퍼먹음... ;-;


그나저나 카페는 늘 한가해도 축축 처진다.

쳐지기 시작하면 공부도 되지 않고 책도 읽히지 않는다.

뭐든 이 시간을 쳐지지 않고 잘~ 보낼 수 있는 방도가 필요해서 고민 중이다.

여기서 일하는 거 정말 힘들지 않고 시급도 괜찮고 대우도 괜찮은데 자꾸 이 처짐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시급과 쉬프트보고 참는다..)

카페 일을 한 15분 정도 일찍 마무리 후 레스토랑으로 갔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아, 난 죽었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다들 12월이라 휴가를 떠나서 오늘 한가했다.

사실 예전의 디너타임 수준이었는데 최근 미친듯한 러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이제 껌이었다.


그래서 다시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 다시는 레스토랑 일하면서 웃음이 나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정말 너무 힘두랐거든요...


마지막에 퇴근하면서 회덮밥까지 포장해서 왔다.

(계산하는 거 까먹고 다시 달려갔다가 왔다. 양애취 될 뻔)

집와서 얌! 맛있게 먹었다.

아 근데 나 다 잘 먹는 줄 알았는데 seaweed salad 좀 거슬리는 맛이라서 그거 빼고 먹었다.

그래두 맛있었다 :)


그리고 엄마가 보내준 둥이 사진.

정말 너!무!너!무! 보고싶은 우리 애기.

예쁜 턱받침 사줬었는데 잃어버렸다. 누가? 내가..

다시 하나 시켜줘야지..

요즘 추워서 집에 들어와서 잔다고 한다.

원래는 들어오라고 해도 별로 들어오기 싫어하는데, 이제 겨울이라 춥긴 춥나보다.

이제 11살인가 12살인데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다.

두미가 젤 보고싶다.

언니가 돈 벌어서 뭐하겠니.. 둥이 턱받침이나 사주겠지.


D+104, 09/12

오늘은 더 심각했다.

누가 내 몸에 추를 달았냐..

노엘한테 또 전화할 뻔 

노엘.. 아 필 베드 투데이... 어게인..

어제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한 게 또 컨디션 난조를 불러일으켰다.


어쨋든 겨우, 겨우 정말 겨우, 겨우 출근 준비를 하는데 진짜 오랜만에 노트북을 두고 가기로 결정했다.

공부를 해야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메모노트랑 이북리더기만 챙겨서 갔다.

이 몸에 노트북을 들고 가는 건 무리다. 다메요.


출근 하자마자 해쉬브라운과 스피나치가 들어간 버거를 연습했다.

음, 맛은 그냥 그랬다. 다음에 만들 땐 소스도 더 넉넉히 넣고 스피나치도 넉넉히 넣은 다음에 다시 먹어봐야지.

그리고 정신이 없어서 100mb가 남을 때까지 충전을 못하고 있던 핸드폰 데이터도 30G를 충전했다.

나는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와이파이를 꼭 켭니다.

그리고 오늘은 대도서관의 마녀의 집을 보기 시작.

예전에 봤던 건데 최근에 리마스터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봤다.

너무나 무섭고 재밌었다.

흑흑.. 틀어놓고 보면서 자잘한 일들을 했더니 벌써 시간이 1시.

뭐야- 너무 좋잖아.

내일도 노트북을 두고 와야겠다.

오히려 그게 짐이 되고 뭔가 대단한 걸 해야할 것 같아서 더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점심은 어제 남은 회덮밥을 먹었다.

갑자기 오후가 되자 후끈해지는 날씨.

머리 자르는 것은 포기하였고 반다나를 찾아보았다.

이마를 올리는 버전도 좋지만 이것도 하는 방법이 쉽게 나와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자라나 h&m에 가면 적당한 스카프가 있을 것 같다.

시간 날 때 가봐야지.


고장났던 라디오도 트레버가 새 걸로 설치해줬다.

smooth FM 95.3로 고정.

트레버가 노래가사 "슈븁슙슙~!"으로 따라 불러서 웃겼다.

요즘 노엘이 카워시에 오래 있는다.

문제를 다 해결해줘서 좋긴 하다.

물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해서 그건 불편하지만요..


퇴근 후 일요일의 일상인 짬뽕밥을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정말, 맛있다. 오늘도. 여전히.


가연이와 Don't starve, together를 하기로 했다.

가연이는 닉네임 쌍칼이고 나는 시라소니이다.

우리 세계이름은 야인시대.

다 뒤져따. 우리가 석기시대 먹는다ㅡ 라고 시작했지만 돈 스타브 이렇게 어려운 게임이었나..?

"가연아! 도끼를 만들어 도끼를! 도끼!"

"도끼를... 어떻게 만드는데?"

"왼쪽, 왼쪽"

"어, 나 이거 봐~ 나 불 질렀어~"

"아니, 모닥불을 만들라고..."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데"

"아니, 왼쪽.... 아 나 죽었잖아"

"엥 너 모야 너 왜 유령이야~"


나는 대도서관 돈스타브 투게더를 10분 본 상태였고

가연은 무지한 상태여서 처음은 내가 독박살림을 했다.

물론 3일 차 되기 전에 다 죽었다^^!


그나마 5일 차에 접어들고 오래가는 화덕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기뻤는데 교회 갈 시간이 되어버렸다.

가연은 이제 구운 토끼고기도 만들 줄 아는데..

다음을 기약하고 게임을 끝냈다.

쉬익- 재밌다.


오늘 예배는 너무 피곤해서 잠들 뻔 했는데 다행히 밀크티를 먹으면서 생명력을 연장했다.

근데 이해는 0이다.

듣고는 있는데 이해가 0인 상태.

살려주세요.


끝난 후 요즘 퉁퉁 부은 내 발을 위해서 k마트에 가서 족욕을 위한 바구니를 샀다.

프라이스라인에서 The ordinary oil과 배쓰 솔트도 샀다.

오늘 이거 다 하고자면 내일은 좀 더 컨디션이 나을까?

집에 도착해서 뜨끈한 소금물에 10분 이상 발을 담구고 샤워 후 더 오디너리 오일 세럼도 발랐다.

요즘 팔자주름이 깊어지는 것 같아서 노화전용이라는 buffet으로 골랐는데 가격도 괜찮고 (29.9$) 평도 좋고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뭐 더 써봐야 알겠지만 요즘 내가 내 몸에 너무 소홀하긴 했다.

집에서 있을 땐 늘 오일로 몸 곳곳 마사지도 해주고 테니스 볼로 뭉친 근육들도 풀어주고 얼굴도 수시로 풀어줬는데

요즘 시간이 없는데다가 공간도 없었다.

이제 족욕하면서 같이 마사지도 해줘야지..

내일은 몸 컨디션이 더 나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