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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112] Why iii Love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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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018


D+112, 17/12

오랜만의 오프데이다.

요즘 정말 이러다가 죽겠다-싶을 정도로 무리했다.

체력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고..

더 확실해진 것은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되지 않는 순간, 삶의 이유가 무너지고 그래서 몸도 같이 무너진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인간입니다.. 어휴


어쨋든 오랜만에 푹 잤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푹 잤다.

일어나서 오늘 꼭 해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은 일들을 척척 해냈다.

우선 밥을 먹고! 머리 염색을 하고! 목욕을 하고! 집 청소를 하고! 마른 빨래들을 개우고!

예전에는 정리정돈을 잘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정리정돈이 잘 된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덜 받는 나를 발견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것도.


오늘 군대에 간 나은이가 내 블로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

나은이는 통신병으로 군대에 갔다.

친한 남자애들이 없어서 군대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나는 요즘 가연이를 통해서 나은이 소식을 듣는다.

여군이 된 나은이는 훈련을 받은 뒤 엄청나게 건강해져서 돌아왔다고 한다.

군대간다 군대간다 하더니 정말 군대에 가버린 나은...

정말 당신은... 나의 박보검 (나은이 박보검 닮음)


어쨋든 나은이가 블로그 예전 글에 "수이니 김치볶음밥만 먹어"라고 썼던데

어이없이 오늘도 김볶먹었다. 참내-

근데 요새 요리를 안했다고 그새 요리실력 원점으로 돌아가서 맛없어졌다.

어후! 어후!

요리란! 포기!


모든 걸 척척한 뒤 졸린 나는 밥과 커피를 마시러 밖으로 향했다.

그제 샀던 검은 원피스를 오늘도 골라입고 나갔는데, 너-무 편한 마음이 들어서 가는 길에 h&m에 들려서 한 벌 더 샀다.

총 세 벌, 똑같은 원피스를 준비했다.

이걸로 나도 마크 주커버그와 스티브 잡스처럼 매일 똑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아침부터 결정력을 소모하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

굿-잡.

그리고 라멘을 먹었다.

별로였다. 맛있는 라멘집을 언제 찾게될까?

하지만 맥주도 한 병 마셨더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ㅡ^ 이 표정으로 먹었음.

바로 옆 Oliver brown 카페를 처음갔다.

아포가토와 라떼 한 잔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데 <나는 돈에 미쳤다>와 <사피엔스>를 읽었다.

극과 극의 취향.

<나는 돈에 미쳤다>는 제목이 웃기다고 산 책인데 읽어보니 그냥저냥 괜찮다.

아직 전부 읽은 건 아니지만 누구나 돈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짚어주는 책이다.

나도 10대-20대 초반까지 돈을 정말 경멸하고 멸시했다.

돈을 추구하는 삶과 생각이 더럽다고 느낀 적도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야 그걸 어떻게 쓰는 지에 따라서 성격이 변하는 물질일 뿐이라고 느낀다.

어쨋든 끝까지 읽어보는 걸로..


그나저나 오래간만에 제대로 책을 읽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특히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읽고 난 뒤에 꼭 <세 종교 이야기>를 읽어야지.


집에 돌아와 가연이랑 같이 <돈 스타브 투게더>를 했다.

오늘은 정말 힘들게 버팔로 무리를 발견해서 8-9일 째에 정착했다.

헉헉 너무 힘든 정착이었어..

15일까지 살아남은 뒤 오늘은 그만하기로 했다.

개/힘/들/어


가연이는 마트에, 나는 산책을 갔는데 산책을 하면서 좋은 생각을 많이 한 하루였음..

사랑이란 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모든 것'이라는 생각.

남녀간의 사랑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모든 종류의 사랑에 해당되는 얘기다.

정말 사랑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게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행운.. 잘 누려야지.


다음 생은 없으니깐, 지금 이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자는 생각도.

늘 장난식으로 '다음 생에는 #$%%&로 태어나야지!'라는 장난을 치는데

오늘 산책 중에 진지하게 "다음 생은... 없지."라고 스스로 읊조리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쉬익, 인생 세 번은 살게 해주쇼!


엄마가 자기 전 둥이 사진도 보내줬다.

요즘 추워져서 집 문 밖에서 기다리는 둥

저렇게 잠을 자다가 새벽에 문을 열어주라고 한다고... (입틀막)

너무 귀여워.. 정말... 고등어 무늬 너무 사랑스럽고 통통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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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쉬면서 많은 것들이 나아졌다.

생각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졸업 후 바로 취직했으면 불안함을 덜 했어도 행복하진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확실해졌다.

아니 오히려 불행했을테다.

지금은 불안하지만 이 곳에 있기에 행복하다. 자유롭다. 충분하다.


이렇게 마음이 다잡아지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내일 레스토랑 사장님과 잘 얘기를 나눈 후 많은 것들이 결정되겠지.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다.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정직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