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122] 오랜만의 일기

/

27/12/2018


D+122, 27/12

2018년에 일어나는 일을 늘 기록하라는 신년운세가 기억난다.

글을 쓰지 않는 10일 동안 정신이 없었다.

머릿 속은 늘 복잡한데 제대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안 잡히고 마음만 요란한 10일이었다.

25,26일을 쉬고 기운을 차린 뒤 27일날 어느 정도 다른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할 지 파악하고 나니 그제서야 일기를 쓸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었다.

2019년이 찾아오기 전에 모든 게 정리되면 참 좋으련만, 욕심 부리지 말자.


틈틈히 10일의 기록을 써나가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 부터 말하자면 그 사이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컸다.

워홀에 온 것이 후회되지는 않지만 내 나이가 나이인 만큼 취업준비를 하려면 이번 년도를 마지막으로 하고싶었던 다른 여행이나 경험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고민도 생겼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나를 써주기나 할까?라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가 어제 보라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언니가 해주는 말들 덕분에 다시 용기를 얻고 기운을 차리고 언니가 해 준 조언인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를 지켜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 내가 이 기간동안에 논 것도 아니고 이것도 다 경험이고 능력이라고 생각하기로.

특히 언니는 내가 고민하는 두 직종을 복수전공한 사람인데다가 최근까지 회사에 있었던지라 도움되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언니 말대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지금 즐기기로..


다 아는 말인데도 꼭 믿음직한 누군가가 다시 나에게 말해줘야 알아먹는 나.


어쨋든 곧 다가올 2019년을 맞이해서 오늘 오전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 네일을 받았다.

한 5분 정도 네일샵에 늦을 것 같아서 말을 할까말까 (지난 번에도 늦어서 또 말하기 매우 곤란;) 고민하는데

언니가 먼저 기차가 연착되어서 천천히 오라고 해서 기분 너무 좋아져버림; 휴 다행입니다 ;-;


디자인도 안 골라가서 가서 급하게 호닥닥 골랐다..

요즘 정신이 진짜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둘 밖에 없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더니 사실 동갑인 것도 알게 되었다.

나랑 동갑인데도 경험한 걸 들어보면 으른이다. 으른..


어쨋든 오늘도 즐겁게 네일을 하고 밥을 먹으러 쌀국수 집에 갔더니! 휴가를 가셨네..?

다른 쌀국수집도 문을 닫았다..

그래 다들 휴가를 즐기는구나.


결국 지난 번에 갔던 한국 분식점(?) 으로

오늘은 비빔만두의 기분이다.

비빔만두를 먹겠어.


영어로 ~을 먹고싶다는 걸 표현할 때

I'm in the mood for pizza.

I feel like sushi.

이렇게 표현한다는 걸 최근에 배웠다.

맞아요 나는 영어초보임미다.


그나저나 진짜 맛있다.

여기 정말 쫄면같은 거 잘하는 거 같아.

물론 두 번 먹었지만 먹을 때마다 느끼는거야..

그리고 근처 elbow espresso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고 Westfield백화점을 둘러봤는데 와 할인 진짜 많이해서 놀랐다.

이래서 다들 박싱데이 박싱데이 하는거구나.

박싱데이의 유래는 여러 이야기로 갈리지만 결국 최근까지도 하는 이유는 크리스마스 이후로 남은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너무 마음에 드는 펜을 발견해서 하나 샀다.

나의 사치. 펜 하나 사기.

다 쓰면 다음에 하나 더 사야지!

너무 예뻐서 종류별로 사오고 싶었다.

예전부터 들리고 싶었지만 왠지 발길이 가지않던 T2도 들려보고 이곳저곳 기웃대다가 출근하러 버스를 탔다.

그나저나 구원찬씨 목소리 왜 이렇게 좋냐.

구원찬 - Way 강추합니다..


오늘 레스토랑 일은 그냥저냥, 사실 힘들기는 했다.

웨이팅 리스트가 한 페이지를 넘어가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그 담당이 내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래도 손님들이 다들 잘 이해해주고 어느정도 테이블도 급하게 만들고해서 잘 해결됐다.

러쉬에서 레스토랑 사람들 선물을 샀는데 그것도 줘서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어떤 할아버지가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싶다고 하셔서 눈을 마주치면서 계속 얘기를 들어드렸더니 (부인분이 수술하셔서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달라는 그런 얘기..) 마지막에 "너 진짜 스윗하다~"하고 가셔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멜번 비행기 티켓을 사려고 보니깐 시드니의 신년 불꽃 축제가 세계 3대 불꽃 축제라며...

그래서 투어랑 다른 것만 알아보고 비행기 티켓은 미뤄뒀다.

어휴... 근데 어디가서 봐야지 잘 봤다고 소문이 날까?


그래도 다시 어디에선가 기운이 생겨서 해야할 일을 척척 해나가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일은 집 인스펙션도 가기로 했고, 멜번 비행기 티켓도 끊어야지.


나 / 는 / 할 / 수 / 있 / 따 / !


아 맞다 그리고 오늘은 가연이의 기념일이다.

무슨 기념일인지는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가연이는 태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나 ! 는 ! 할 ! 수 ! 있 ! 따 ! 태 ! 권 ! 도"를 외치던데... 너무 욱겨서 눈물이 찔끔났다.

어쨋든 우린 이제 더 친해졌다.


ㅡ끝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