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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Murrma Diary 1]신년맞이, 2박 3일 스파르타 멜번여행 (1)

Murrma Diary

1~3/1/2019

01/01/2019

불꽃놀이를 찍은 액션캠 영상을 폰으로 옮긴 뒤 짐을 챙기고 보니 2시 정도, 어서 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멜번으로 가는 비행기 표는 오전 6시에다가 30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한다고 치고, 공항까지 가는 메트로를 30분을 잡고, 집을 나서기까지 준비 시간을 30분이라고 치면서

열심히 계산해서 알람을 맞췄다.

비행기 2시간 전에 일어나는 걸로!


어쨋든 겨우 2시간자고 멜번행 비행기를 타야한다니.. 이 여행,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시작부터 <무리>의 향기가 난다.


다행히 긴장을 하면서 자서 그런지 4시에는 잘 일어났다.

짐을 호닥닥싸고 공항으로 가는 메트로로 갔는데.. 이게 무슨, 비가 와서 메트로가 스크린에 뜨는 족족 끊겼다.

온다고 되어있지만 절대 오지않고 시간만 초기화되는 메트로를 기다리다가

이제는 정말 우버를 타야겠다싶어서 우버를 부르려는 찰나에 옆에 있던 여자애도 수트케이스를 들고있길래

"Where are you going?"하고 물어보니 마침 공항에 간다는 앵, 그리고 항공사는 다르지만 6시 멜번행인 것까지 동일하길래

바로 우버를 같이 불러서 탔다.


차 안에서 우버비용이 얼마나왔냐고 묻길래 "No, It's okay, This is your new year gift."하고 말하니 엄청 기뻐하면서

멜번에서 만나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말하길래 좋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Opal card 잔액이 남았다며 나에게 주는데 너무 귀여웠다.

서로 번호도 교환했는데, 그녀의 이름은 Bethany.


둘 다 공항에 도착해서 서로 비행기를 탔는지까지 문자로 확인했다. 서윗해-

너무 피곤했던 나는 플랫화이트를 호로록 호로록 거의 세 번에 걸쳐 급하게 마신 뒤 비행기를 타러갔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목이 꼬꾸라지게 잠들었다.. 목이.. 아파서 뒤지는 줄 알았음..


1시간 반의 비행 후에 멜번에 도착했다.

내려서 보니 자신의 에어비앤비 체크인 시간이 11시라며 공항에서 만나자는 Bethany의 문자를 받고 공항 커피숍에서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

근데 베써니가 커피숍에서 주문을 엄청 오래하길래 (한 5분동안 함)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어보니, 배써니는 락토스 프리만 먹을 수 있고 카페인도 마시지 못하는 데다가.. 이것저것 묻고보니

갈릭, 어니언, 알코올, 글루틴, 피넛츠, 계란 등등 여러가지를 못 먹는 소화에 이상이 많은 친구였다.

그래서 나중에 한국으로 여행을 가서 한약을 도전해보고 싶다고! 그거랑 침술을 맞아보고 싶다고 한다.

사실 베써니는 미국에서 영양학을 공부하는 친구인데 양약으로는 자신의 지금 상태를 고칠 수 없어서 한의학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것저것 말이 잘 통하는 우리, 3시간을 공항에서 떠들었는데

베써니는 어제 불꽃놀이 이후 2시간이라도 잔 나와 달리 아예 잠을 자지 않아서 졸려 죽으려고 했는데

와중에 배써니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체크인을 1시간 늦춰버려서 우선 공항과 도시를 이어주는 스카이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나가기로 했다.


도착한 곳 

▶ https://goo.gl/maps/xCc2FG4miu62

교통의 요지에 스카이 버스가 우리를 내려준듯..


깔끔하고 넓은 공간들과 바닥을 보고있자니 내가 정말 다른 곳으로 왔구나ㅡ하는 게 실감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돌바닥도 좋았고, 오늘 날씨도 끝내줬고, 외로울 틈도 없이 공항부터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우선 시간이 되어서 배써니와 빅토리아주에서만 쓰는 마이키 카드를 사러 갔다.

근데 top-up만 있고 카드가 필요해서 옆에 있는 서비스 데스크에 가서 마이키 카드를 구입했다.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우선 2일 full-fill 로 구매함.

배써니와는 낮잠자고 연락하기로 한 뒤에 내가 가장 가고싶던 동네인 Fitzroy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우아아- 트램길이다.

오늘은 새해라서 그런지 거리가 정말로 한산했다.

멜번, 너무 좋네요.. 이렇게 여유롭다니.


96번 트램을 타고 피츠로이에 도착.

바닥부터 느낌 쏘 굿ㅡ


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아니, 연 곳을 찾기가 더 힘들다.

왜 이걸 생각 못했지?

머쓱해진 나, 풍경만 찍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겨우 찾은 타이 식당.

아, 안 그래도 요즘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그 국수가 먹고싶었는데! 어묵국수!

메뉴판을 보고 갈비국수가 있길래 시켰는데, 아ㅡ 이건 정말 내 실수였다.

내가 치앙마이에서 내 입맛이 아니라 못 먹었던 국수가 나왔다.

하지만 배는 고프고, 돈도 아깝고 그냥 냠냠 먹었다.

한 세 입까지는 배고픔으로 "맛있다ㅡ"를 외치며 먹었지만 그 이후로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맛이 훅훅 올라와서 콜라로 누르면서 먹었다.

흑.. 급한 허기만 끈 채로 끝난 내 식사.

그리고 계산하는 길에 주인분께 타일랜드에서 오셨냐고 물어보고 "싸와디삐 마이카-"를 말씀드렸더니 엄청 좋아해주셨다.

작년 새해는 치앙마이에서 풍등을 올리며 보냈는데, 그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길거리와 닫힌 상점 구경을 마친 채로 에어비앤비로 향하는 길.

사실 호스트는 얼리체크인을 최대한 해주고 싶어했는데 어젯밤 묵으신 분들이 과도한 음주로 오늘 늦게 나갔다고 한 30분 정도만 당겨줄 수 있다고 했다.

뭐, 사실 체크인 시간에 앞서서 들어오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 체크인 시간을 룰이니깐 걱정하지말라고 귀찮게 하고싶지 않다고 말하며 앞에 공원에서 10분 정도 더 기다렸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이번에 묵을 에어비앤비 하우스, 사실 위치는 멜번 시티보다 피츠로이에 더 가까운 피츠로이를 보러 온 나의 맞춤형이었는데!

피츠로이 가게들의 휴무를 예상하지 못한 탓에 애매한ㅡ 위치가 되어버렸다.

뭐 어쨋든 나를 맞이해준 Nga의 미소를 보니 이 집에 묵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구요.


한국, 일본, 중국에 관심이 많다는 Nga의 집을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피식피식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오렌지 주스 먹을래?"라고 하길래 파는 오렌지 주스를 말하는 줄 알고 "좋지~!" 라고 했는데

직접 오렌지 주스를 짜고 있는 Nga! 하하! 진짜 너무 귀여워서 "stop! stop! please stop! wait a moment please"를 외친 뒤 액션캠을 호닥닥 들고와서 찍었다.

그렇게 Nga가 직접 짜 준 오렌지주스를 한 잔씩 마시고 기분 좋게 이 집의 인테리어를 즐기는데 (베란다에 방울토마토를 키워서 거기에 또 환장했다.)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밥을 먹으러가자는 Nga, 안 그래도 아까 먹은 국수는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지 오래.

좋다고 해서 냐가 베트남 식당이 열었는지 전화로 확인까지 한 뒤에 같이 차를 타고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도 여러 얘기를 도란도란하는데 나의 완벽하지 않은 영어도 잘 이해해주려는 그녀 덕분에 하고싶은 말을 실컷해서

마치 오랜 친구와 있는 기분이었다.


여기까지와서 좋은 인연을 두 명이나 만들다니, 시작이 좋네.

밥을 먹고 사진도 찍은 뒤에 통통해진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아 근데 정말 2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나의 문장 구사력에 이마를 탁-!

하고싶은 말은 한국어로 머릿속을 돌아다니는데 참, 언어란 게 단어 대 단어로, 문장 대 문장으로 바로 치환되는 것도 아니니 정말 구사력을 늘려야겠다.


집에 와서 나는 커피를 마시고 냐는 낮잠을 자러 갔다.

나는 <라스트 홀리데이>라는 영화를 보던 게 있어서 마저 보고싶었는데

엥.. 밥을 먹고!

잠들어 버렸슴다!


식곤증은 불치병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베써니랑 한 약속 '낮잠 후 연락해~!'가 자꾸 떠올라서 중간중간 깨서 확인했는데

베써니한테 연락이 와 있었다.

근데 다행히 아직 열린 식당을 찾지 못해서 식당을 찾은 뒤 밥을 먹고 연락하라고 했다.

더 자고.. 싶었어요..


그리고 근처 공원에서 다시 재회한 우리.

멋지고 넓은 잔디밭이 깔려진 공원에서 얘기를 했다.

무슨 얘기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어쨋든 당시에는 되게 재밌었음..


▶ Princes Park

배써니는 음식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포장해왔다고 했다.

근데 이것저것 빼달라고 했는데 결국 갈릭을 빼달라는 말을 까먹으신..

그냥 드신다는..

그리고 그런 배써니의 음식을 노리는 건지

우리 주위를 배회하던 새.

너무나 무섭게 생겼고요.

이제 저녁을 먹어볼까? 싶어서 같이 걷는데 수채화같이 해가 지는 풍경

길에서 만난 너무 사랑스러운 강아지!

얘를 보자마자 온 몸에 엔돌핀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ㅁ^ 하면서 우리를 보며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드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너무 귀엽잖아!!!


결국 문이 열린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힘들었던 우리는 맥도날드에 갔슴다.

헤어지면서도 "또 만나~!"하면서 헤어졌다.

멜번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참 좋은 하루였다.

연초부터 인복이란 게 터져버린 것일까용?


그래서 귀가하는 길에 치즈랑 와인을 사서 집에 가서 먹는데 Nga한테 권했더니 내일 출근해야 한다며 대신 베리를 꺼내주고 갔다.

서-윗

혼자 와인을 먹구있으니 으른이 된 이 기분.

어느 공간이든, 어느 시간이든 결국 내 기억에 남는 건 사람같다.

좋은 사람과 함께했다면 좋은 기억이 더 오래가는 것 같고,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그 사람이 별로였다면 그 공간과 기억도 같이 저평가된다.


이번 여행은 이런 면에서 지금까진 아주 좋은 것 같네.

이상할 정도로 좋아서 이번 년도가 기대되기도 한다.

내일도 모레도 기대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