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일기장

요즘은 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초반의 느리디 느린 하루를 지나 수업이 시작된 후에는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던 하루하루.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또한 하나씩 머릿속에서 침식되겠지.

그중 가장 큰일이 있다면 바로 야롱이의 등장. 처음엔 얼떨결에, 그 뒤엔 스며든 우리 야롱이. 한 달 전 청소기 줄이 목에 감기는 사고로 나도 야롱이도 많이 다쳤지만 천성이 밝고 건강한 야롱이는 금세 회복하고 오늘도 서로를 쓰다듬으며 지낸다. 작고 작은 생명체가 집에 있다는 건 책임감과 더불어 보드라운 행복을 안겨준다. 열심히 밥을 먹고, 푹 잠을 자고, 또 일어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반기고, 최선을 다해 사냥놀이를 하고.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사는 작은 생명체. 그래서 멋진 나의 고양이.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나는 참 치열했고 조급했다. 그 당시 나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머물렀던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인내하고 이해하느라 힘들었겠단 생각이 든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재미없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내재된 성격은 참 바꾸기 힘들다. 특히 삶에서의 속도와 어느 곳엔가 푹하고 박혀있는 불안감은 어지간한 시간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그게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나 진짜 삶을 떼어내어서 만들어낸 휴식과 도전의 날들에서 나는 어느 정도 변했다고 느낀다. 큰 물살은 변하지 못했지만 보트에 모터를 달려 애쓰던 나는, 내가 가진 나무배의 운치를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지만, 살아있다는 행복감을 느꼈던 그 순간만큼은 삶에 100퍼센트 만족했었다.

 

털어내고 싶은 기억이 많다. 도려내고 싶은 기억이 크다. 특히나 10년 넘게 친했던 친구와 연을 끊은 것은 고통스러웠다. 아파서 차라리 그 친구를 도려내 버리고 싶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잘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해를 하는 중이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뀌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렸다. 나는 또 이 부재의 체재에 적응하며 살아가겠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나오는 일, 기다리던 작가의 책이 나오는 일, 매주 업로드되는 TV 프로그램, 잠을 깨우는데 특효약인 팟캐스트.. 그냥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게임. 참 게임이라는 것은 신기하다. 잠이 올 때 하면 잠이 깨고, 배가 고플 때 하면 배가 고파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고. 당분간은 여기에 빠져있을 예정이다. 그냥 그러고 싶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는 싶고 고통스럽기는 싫다. 물론 게임이 잘 안 풀리면 고통스럽겠지만, 뭐 그건 또 10분 뒤의 다음 판이 해결해줄 거다. 

 

그냥 요즘은 이렇게 저렇게 산다. 열심히 인 듯 아닌 듯. 게으른 듯 부지런하게. 느긋한 듯 허겁지겁. 이게 뭐지 싶겠지만. 나름대로 갈고닦은 허접한 삶의 기술들을 실천하며 지낸다. 빨래는 집에 오자마자 돌릴 것. 왠지 모르게 컨디션이 떨어질 땐 물을 마실 것. 아침에 라테 한 잔. 점심은 너무 무겁지 않게. 잠은 12시 안에 자려고 노력할 것. 싱크대는 깨끗하게. 야롱이 사냥놀이는 틈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