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oul Town Road

가장 마음이 복잡할 때 시작하는 기초적인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이란 뭘까?

뭐 대충 통용적인 의미는 다들 알겠지만 최소주의같은 의미로서의 미니멀리즘은 삶의 방식으로 적용하기에는 너무 단답형이다.

그나마 내가 미니멀해지고 싶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본 결과,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방향은 돈을 적게 쓰는 단순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 단순한 물건일수록 오히려 가격대가 높은 경우가 많고 그 수준에 따라서 물건의 디테일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적절한 가격대와 퀄리티가 보장되어야지 그 대체재를 더 이상 찾지않고 정착하게 되면서 삶도 단순해지는게 나의 방식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중학교-고등학교 시절 시작된 나의 맥시멀리즘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늘 바리바리 짐을 전부 싸들고 다니던 그때의 별명 중 하나는 '도라에몽'이었다. 친구들의 필요에 맞게 뭐든 꺼내줄 때 밀려오는 은근한 쾌감과 혹시라도 스테인플러가 없어 공부가 되지 않을까봐 가방에 스테인플러와 스테인플러 철심까지 우겨넣던 불안감이 합쳐서 거대한 가방꾸러미를 만들어냈고 이 증상은 내가 장기 배낭여행을 가기 전 내 짐을 과감하게 처분하면서 끝이 났다. (그 전까지는 자기절제라는 것이 통하지를 않았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가방 하나로 내 모든 필요가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옷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려야한다는 단순한 규칙. 세제는 비누하나면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단순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내 인생 자체를 가볍게 만들어줬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한국에 들어온지 2-3년이 흘러가면서 다시 내 모든 소유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삶의 방식이 너무나 복잡해져서 은근슬쩍 쌓여가는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신용카드와 각각 다른 할인율, 야근수당으로 인해 매달 바뀌는 월급, 불규칙한 지출, 4계절에 맞게 교체해야하는 옷과 신발, 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고양이 습식사료 등..

이제 다시 한 번 삶을 정돈하고 규칙적이고 단순하게 살고싶다. 그 안에서 남겨지는 자투리 시간들로 재밌는 것들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삶. 그게 지금 내가 바라는 방식이다. 부모님이랑 살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내가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만큼 관리해야 하는 항목도 범위도 늘어났지만,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우선 핸드폰의 어플부터 정리했다. 핸드폰을 잡고있는 시간이 너무 길고, 쓸데없이 소비되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어플을 정리하고 자꾸만 손이 가던 타임킬링용 앱들을 지웠다. 이런것들은 오히려 퇴근 후 집에서 pc로 즐기는 것이 더 짧고 집중도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리디셀렉트를 구독한 만큼 출퇴근 시간에는 리디셀렉트에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또 메일함의 메일들을 정리했으며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좋다) 핸드폰의 메세지함과 전화수발신함, 메모장, 사진함을 정리했다. 사진함에는 내가 가지고싶어서 캡쳐해놨던 것들이 잔뜩나왔으며 보고싶은 영화, 읽고싶은 책, 가고싶은 여행지에 대한 사진들이 나오길래 파일별로 정리해서 컴퓨터 외장하드에 나눠뒀다. 버리긴 아까운 정보들인데 나중에 notion 앱을 이용해 정리 후 사진도 전부 삭제해야겠다. 디지털적인 부분을 정리 후에 연동될 수 있는 부분을 연동시켜서 간편화해야겠다. 

오늘은 이정도로 만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