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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서 마지막으로 온전히 보내는 하루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상태가 훨씬 좋고, 가벼웠다.
사실 상해에서 유명하다 싶은 곳은 거의 다 구경한 뒤라서 오늘은 조금 편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방에 널어놓은 빨래는 습한 날씨 때문에 하나도 마르지않고 어제와 그대로였다.
건조기를 돌려볼까-하고 동전을 바꾸러 1층에 갔더니 세탁기/건조기 사용은 10am부터라고 알려주셨다. 아차차 까먹을 뻔.
오늘이 상해에서 마지막날이고 저녁 즈음엔 내일 이동할 짐을 다 챙겨놔야해서 우선 속옷을 제외한 옷가지들과 신발을 2층 테라스에 말려두고 속옷은 10시에 건조기를 돌리기로 했다.
1층의 소파에 앉아 밀린 일기를 쓰고 액션캠과 미러리스의 사진을 컴퓨터 외장하드에 옮겨두었다. 찍은 영상들을 처음으로 확인해보는데 지하철 이동영상이 너무 많아서 다음부터는 적게 찍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10시인 것을 확인하고 건조기를 돌리러 갔다.
건조기가 끝난 것까지 확인 후 12시 반쯤에 진경이와 숙소를 나섰다. 오늘 날씨는 곧 비가올 것 같은 그런 하늘. 우산을 챙길까말까 고민하다가 비가오면 그냥 카페에 들어가지 뭐-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오늘 갈 곳은 모산간루와 1933 라오창팡이다.
모산간루는 갤러리가 많은 예술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가는 길은 굉장히 고요한 아파트촌이라서 익숙한 풍경에 마음도 차분해졌다.
다리를 건넌 뒤, 그래피티가 그려진 벽이 나오고 벽을 따라 10분간 걸으니 사진전을 여는 갤러리 옆으로 딱봐도 손길이 많이 닿은 골목이 나타났다. 4-5층정도의 건물마다 차있는 갤러리 중에 7개 정도의 갤러리를 구경하고 그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림을 사랑하고 사진을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방문하며 2-3시간은 넉넉히 즐길 수 있는 곳 같다. 그림을 보거나 사진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남들과 같은지 틀린지 눈치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어도 멈칫, 멈칫 '이게 맞나? 이게 괜찮은 생각인건가?'싶은 구절을 남들이 많이 읽은 책이니 문제없을거다-라며 넘긴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후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글이었고, 그른 생각이었다. 내가 느낀 것이 세상의 큰 흐름에 벗어난 범주일까 일부러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과 다르고싶어 입을 여는 경우도 있었었지만 그 기억은 예전의, 참 어리던 시절의 기억일 뿐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1933 라오창팡으로 이동하였다. 나는 이 공간에 들어선 이후로 나오는 감탄을 속으로 많이 삼켰다. 이전 도축장으로 이용되었던 건물을 재활용하여 만든 분위기가 독특하고 신비했으며, 그 공간을 그대로 살려놓은 것이 참 멋졌다. 예전 건물을 허물고 다시 만들었대도 믿을만큼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특히 꼭대기쯤에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서 그림도 그리고 진경이와 얘기도 나누고, 맥주고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후 훠거맛집을 찾았으나 2번의 폐점을 겪고 난 뒤 너덜너덜해져벌인 우리는 겨우겨우 훠궈집을 찾아갔으나 가게의 불친절과 기대이하의 맛,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실망하고 집으로 가게된다,,, 집에 가기전에 atm기에서 처음으로 출금해봤는데 온통 중국어라 춰큼 멘붕이었다는^^,,, 그래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