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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61~D+62] 극도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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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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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10/2018


D+61, 27/10

어제 날씨가 정말 끝내주게 좋았는데 오늘은 아침에 좀 쌀쌀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출근하기 싫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도시락도 싸야하고 방탄커피도 챙겨야 해서 꾸역꾸역 일어나서 다 준비했다.


그리고 오늘 카워시는 매우 바빴다.

어느 수준이냐면 원래 종이 한 장으로 하루 매출을 정리하는데, 이 날 2장 썼다.

오전에 거의 첫 손님으로 무례한 놈이 와서 아침부터 기분 잡쳤다.

카워시 내부 청소는 wipe랑 vacuum만 하는데 "지난 번에 카워시 후에 내 차에서 이거 부품 발견했거든? 내 차 부수지마, 알겠어? 내 차 부수지 말라고." 이지랄 하는 놈이 등장.

매니저인 카이로한테 말하니 어이가 없단 표정.. 똥 씹은 표정으로 돈도 던지듯이 주고 내가 다른 일하러 지 앞에 지나갈 때마다 째려봐서 진짜 눈알을 파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어떤 사람이 자기가 카워시를 맡겼는데 차에 있던 2$짜리 동전 30-40$어치가 다 사라졌다고 전화를 했다.

CCTV가 있어서 그거 확인하고 연락 준다니깐 "만약에 너네가 그거 훔쳐서 니네끼리 나눈거면 비지니스 어렵게 만들거야. 나 경찰에 연락할 수도 있어." 이런 식으로 말해서 매우 스트레스 받았다.

아니, CCTV 보고 연락 준다고.. 왜 훔치지도 않았는데 카워시 사람들이 훔친 것처럼 지 혼자 확정하고 난리야.

미개하고 멍청한 놈.


노엘은 카페를 리모델링 할 생각인가 보다.

어느 분이 노엘과 비지니스 얘기를 나누러 오셨길래 대충 대화하는데 서로 한국인이라는 직감에 "한국분이세요?"를 튼 다음에 얘기를 나눴다.

나중에 노엘과 얘기를 나누는 걸 들으니 인테리어 얘기같다.

그래요, 노엘. 잘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늘 카워시&카페 손님 둘 다 많아서 진이 빠져버린 나.

어제도 바빴는데 오늘도 바쁜 걸 보면 정말 호주 여름의 시작인가 싶다.


오늘의 점심은 컬리플라워 볶음밥과 아보카도.

Coles에서 파는 컬리플라워 라이스를 사다가 잘 먹고있다.

호주 정말 저탄고지 해보기 좋은 국가이긴 한데, 가끔씩 장보러 갈 때 과일이나 특이한 잼들과 과자들을 보면

저건 언제 다 먹어보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탄수를 점점 늘리면서 시도해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게 된 도화선같은 인간, 매튜.

지난 번 일기에 썼던 그 인간말이다. Woolworths에서 만난.

이 새끼 아주 이상한 옐로우피버같은 새끼다.

아시안 컬쳐같은 소리하고 있네, 진짜 갈아서 달링하버 갈매기한테 줘버릴라.

계속 약속 잡는 거 거절해서 '얘가 정말 나랑 친구가 되고싶은 거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에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는데 오픈마인드 이지랄한다.

이때부터 기분 구렸는데 이 뒤에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고 있다고 거짓말하니깐

호주에 있냐고, 시드니에 있냐고.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얼마나 만났는지까지 아주 역겨운 질문만 던지길래

남자친구랑 가까이 살고 데이팅 상대 찾는거면 다른 사람 찾으라고 보냈더니 문자 뚝.


홍인남성 눈에 아시안 여자가 어떻게 비쳤는지 보이고 이 식빵같은 놈에게 제대로 된 욕 한마디 못해서 몸에 화가 쌓여버렸다.

아시안 컬쳐는 말이야, 널 다시 만나면 죽빵을 존나 때리는 게 나의 아시안 컬쳐다 개새끼야.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난 상태이다. 열받아.

감히 미개한 게 말을 쳐 걸 때부터 기분 구렸어.


오늘은 눈앞에서 버스 놓쳐서 퇴근도 늦었다.

세상은 <이수인이 언제 빡치나> 내기 중♪

내 행복이다. 3조각이 1 serving으로 적당한데, 맨날 한 조각만 더!를 외치면서 4조각 먹는다. 켁-


집에 와서 연어 스테이크와 고구마 줄기를 추가한 짬뽕탕을 만들었다.

이거 만들다가 우리 집 청소년, 딴띠의 딸 나올린이 "수, 할 말이 있는데, 요리 다 하고 바닥에 걸레질 꼭 해줘."라고 하는데

증이 갑자기 팍! 나는거다. 아니 하루라도 저런 잔소리를 안 하면 하루가 안 굴러가나 싶고

그래서 나올린이 "오늘은 내가 해줄게~"하면서 가져오는데 무표정으로 "내가 할게"하면서 빼앗듯이 가져와서 했다.

근데 진짜 너무 너무 짜증나는거다. 집주인하고 같이 사는 게 아니였는데 싶기도 하고 이사갈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나올린이 "내가 가져가서 빨게"하는데 "아니 괜찮아 내가 할게."이러면서 쳐다도 안 보고 내가 가져가서 빨았다.


짜증낸 건 아니였는데 무표정으로 말해서 평소같이 않다고 느낀 나올린도 당황스러웠을 것 같았다.

밥먹고 초콜렛 건넸다... 미안 나올린.

근데 지금 내가 예민해서 모든 일을 감시당하는 것 같고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연어 스테이크 간장 너무 많이 넣어서 망했고요.

세 입 먹고 '다음에 으깨서 볶음밥에 넣어야지~'하면서 통에 담음...

짬뽕탕은 면 대신에 고구마 줄기 넣었더니 약간 육개장과 짬뽕 중간의 맛이 됨.

그래서 좋았다는 뜻이예요.

난 육개장으로 일주일 내내 밥 먹을 수 있어요. 짬뽕도 마찬가지.


갑자기 키토 브라우니가 만들고 싶어서 코코아매스를 찾으러 <Harris market>를 갔다.

키토식에 미쳐버린 여자.

그게 바로 나예요.

브로드웨이 쇼핑몰 지하에 있다.

이 꽃다발 너무 아름다워서 사고싶었다.

하지만 최근 키토식단으로 식비가 장난이 아니기에 자중합니다.

근데 해리스 마켓 진짜 좋다.

너무 좋다.

뭔가 엄청 귀엽고 짜끄짜끄마한 아기자기한 그런 식료품같다.

가격은 안 아기자기.


토마토스프 하려고 (Onuk Vlog보는데 만드셔서 나도 만들고 싶어짐) 토마토도 샀다.

이 초콜렛은 패키지가 넘 환상적으로 예뻐서..

그림 그리고 싶게 만드는 초콜렛 패키지.


키토피자를 만들려다가 빵 만드는 게 귀찮아서 포기했는데

띠아같은 빵 중에서 탄수화물 비율이 낮은 걸로 선택해서 만들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오는 길에 Coles 들림.

그리고 퀴노아 랩을 발견하고 그걸 샀다. 1장당 탄수량도 30대로 낮아서 치즈랑 버터 많이 넣고 먹으면 가볍고 맛있는 피자가 되겠다 싶었다. 올리브도 사고 치즈도 우유 함량 높은 걸로 사고, 크림치즈도 사서 왔다.


오는 길에 과도한 스트레스 상대인 나를 릴렉싱 시키기 위해서 핑크 모스카토도 한 병 사옴.

밀프랩하려고 컨테이너에 담아놨다. 아, 내일 먹을 때 전자렌지에 돌릴 걸! 미리 돌려버렸다.

밀프랩 첨 해봤는데 너-무 너-무 간단하고 편하다.

다음엔 본격적으로 카워시 도시락을 밀프랩 해놓겠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봅시다.

패키지의 여우가 예뻐서 산 와인.

가격도 13불로 저렴하고 모스카토는 달달해서 너무 좋다.

저 크래커는 <Harris market>에서 산건데 얇은 전병같은 과자에다가 달지도 않아서 너무 좋았다.

26살이 되어서야 크림치즈의 맛을 깨달은 나는 예전에 맛없어서 버린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생각함 따흐흑 울었다고 한다.

양만 잘 조절해서 먹으면 최고의 간식이 될 듯.


마침 집주인 딴띠가 귀가해서 딴띠랑 아무렇지 않게 잘 얘기했다.

그래, 그냥 미안하다고 하길 잘했다.

다시 문자 읽어보니 딴띠도 최대한 내 기분 안 상하게 말한 것 같았다.


와인으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글쎄.

딱 그 시간뿐인듯하다.

왜냐면 이 다음 날도 나는 지랄견이었거든.


D+62, 28/10

아침에 출근하기 싫어서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일어나기 싫고 가기 싫은 적이 있었나 싶은 정도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군.

사실 이틀 간 지랄맞은 일들의 연속으로 머리가 과부하다.

짜증나, 울고싶어라는 말이 마음 속에 계속 맴돈다.


게다가 버스 하나 놓쳐서 추위 속에 덜덜 떨었다.

요즘 나 왜이래?

아침에 방탄커피 만들 시간도 없어서 버터랑 mct오일만 싸와서 카페에서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한 번 맛 본 휘핑기로 섞은 방탄커피 맛 이후 이걸 먹으려니.. 글쎄요.

미각이 없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먹었다.


헬로우톡에서 가끔 대화를 나누던 다니엘라랑 얘기를 나누다가

if i were 에서 왜 were를 굳이 굳이 쓰는지에 대한 말이 나왔다.

그래서 다니엘라가 혼돈 속의 나를 구제하기 위해서 준 페이지.

즉, 사실이 아닐 때 쓰는 것이 were.

다음에 더 공부해야지.

어제 밀프랩 해놓은 피자를 먹는데, 너무 맛있는거다.

다음에 이걸로 금, 토, 일 밀프랩 해놓으면 아침에 좀 더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


오늘도 카워시는 매우 바빴고, 나는 참다참다 열이 받아서 노엘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실 난 원래 카페일만 하는 포지션인데 2$를 더 받고 접수원까지 하기로 한 거다.

근데 그 땐 한가했고, 또 뭐 어차피 심심한데 잘 됐다~ 싶었는데

바빠지고 막상 접수원을 받으니 사람들이 카워시 불만사항도 나에게 토로하고 처리해야하는 입장도 되어버린거다.

내 성격에 일을 대충대충 하는 것도 아니고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서 그런건지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노엘에게 문자로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나 그냥 카페일만 하고 원래 시급으로 돌아갈게. 

이거 2$짜리 일 아니고 내 예상으론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아. 

그리고 사람들이 불만사항도 영어되는 스태프인 나를 찾아서 말하는데 그거 너무 스트레스받아.

약속한 거 어겨서 미안한데, 이건 불공평해."

라고 보냈더니 노엘이

"우리는 네가 일하는 게 너무 마음에 들고 좋은데 네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원치 않아. 어떻게 해주면 될 지 말해줘."

라고 답장이 와서

"난 여기가 좋고 이미 단골들하고도 친해졌어. 근데 지금 3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기분이야. 

1.바리스타 2. 접수원 3. 사람들의 불만을 듣는 매니저

내가 원하는 건 시급 5$더 올려줘. 

너도 알다시피 내가 손님들에게 늘 친절했고 최선을 다했어.

만약에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네가 다른 사람을 구해야 하니깐

난 이게 말이 되는 요구라고 생각하고, 니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괜찮아."

보냈고 사람들이 무슨 불만사항을 말하는 지 물어봐서 구구절절 써서 보냈다.

왜 그걸 내 잘못도 아닌데, 카페 일만 하려고 고용된 내가 설명해주고 사과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고요?

어쨋든 노엘은 가족회의 후 내일 말해준다고 했다.

거절해도 뭐 상관없다.


이 문자 때문인지 오늘은 시간이 훅훅 잘 갔음.

퇴-근.

타운홀에 내려서 오늘은 내 키토식단 치팅데이를 맞이해서 짬뽕밥을 포장했다.

브라운 라이스 있는지 물어봤는데 없길래 빼달라고 하고 집에 있는 브라운 라이스로 같이 먹었다.

모던패밀리보면서 먹으니깐 여기가 천국인가?

밥은 다 먹었고 (그래봤자 125g이다.) 짬뽕국은 반 남아서 킵해뒀다.

밤에 또 먹어야지♥

갠쉭타임- 초콜렛 4조각과 오징어 그리고 크림치즈와 크래커.

행복하네요.


먹고 씻은 뒤 교회에 갔는데 오늘 말씀이 느헤미야 말씀이었다.

예전에 성경책 읽다가 감동받고 내 존경하는 사람이었던 느헤미야.

느헤미야를 읽을 때마다 읽으면 울컥하던 말씀이 있어서 그걸 내 삶의 목표로 삼으면서 살던 때도 있었는데 다 잊고 지냈었다.

특히 건축공학과를 공부하던 시절에는 예루살렘 성벽을 복원한 느헤미야가 너무 멋있고 닮고 싶었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느헤미야 얘기를 들으니 머리를 댕- 맞은 것처럼 정신이 차려졌다.

예전에 정말 가고싶던 회사가 있었는데 현실적이지 못한 높은 이상이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포기했었다.

내일부터 다시 그 회사 홈페이지도 자주 들어가보고 건설한 건물들도 살펴보면서 죽기 전에 여기서 일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봐야지.


예배가 끝나고 미경이와 K-mart를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오늘 내 모습... 아니 이 멜빵바지 생각보다 너무 커서 입으면 웃긴데, 그래도 입긴 입어야 하니깐 오늘 도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kfc에서 윙3개를 사오고 치팅데이의 입가심으로 제로코크를 사왔다.

마지막 군것질의 시작.

밥은 남겼지만 그래도 짬뽕은 다 먹어야지요?

그리고 딴띠도 밥 먹는 중이라서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얘기했다.

딴띠의 최애 한국드라마는 <태양의 후예>, <역도요정 김복주>다.

김복주에 나왔던 주연들이 실제로 사귀었다고 하자 딴띠는 정말 토끼눈을 하고 놀랐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졌다고 말해줬더니 "아~ 결혼하기엔 너무 어리구나."라고..

둘 다 내일 아침 출근이라서 ewww 거리면서 인사를 나눔.


아! 케이마트가서 매트리스 토퍼와 usb콘센트를 샀는데 토퍼 29불인데 깔았더니 삶의 질이 달라진 것 같으니 꼭 사세요.


그리고 요즘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겼다.

@rhamemu037

찐이랑 할머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찐이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행복함이 너무 보기 좋다.

할무니도 건강하시고 찐이도 건강하기를!


그나저나 내 인생 테마송은 <우효 - teddy bear rises>가 아닐까?

하고싶은 말은 해야 해, 안 그러면 정말 병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