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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56] 시드니 중심에서 페리를 타고 맨리비치로, 혼자서 즐기는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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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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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018


D+56, 22/10

오늘은 오랜만의 휴일, 사실 따져보면 그렇게 오랜만도 아니지만 뭔가 기분이 신선하다.

게다가 날도 맑다고 하니 떠나고 싶은 그 어디로든 가고 싶다.


결정한 목적지는 맨리해변, Manly beach!

써큘러키로 가서 페리를 타고 갈거다.


아침을 먹다가 또 구역감과 씹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전부 뱉고 버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아오..

딱 배고픔을 벗어나서 배부름으로 가려는 순간 그런 기분이 몰려온다.

좀 더 지켜보기로.


오늘은 새로운 원피스를 꺼내입었다.

타오바오에서 시켰던 원피스인데

사실 날이 좋아야 입을 수 있는 민소매 원피스라서 요즘 우중충한 시드니 날씨에 곱게 옷장에서 재워두고 있었다.

드디어 꺼내입는다.


써큘러키까지 지하철로 10분 정도 걸리는 걸 알고 놀란 나...

예전에 ultimo에서 갔을 땐 꽤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그냥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멀다고 생각하는 나의 착각이었다.

Wharf 2가 맨리해변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다.

20분에 한 대씩 운행하고 9.1$을 내면 편도를 탈 수 있다.

마침~ 내가 도착하기 전에 배가 떠난 터라서 15분 정도를 기다려서야 탈 수 있었다.

하하.

그나저나 날이 참 좋네.

페리를 타면 좋은 점은 하버 브릿지나 오페라 하우스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일부러 밖의 좌석에 앉았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감기 걸릴까봐 걱정되었다.

나중엔 그냥 실내로 들어왔음.

그나저나 혼자 여행하니깐 사진이 풍경밖에 없네. 머쓱..


그렇게 도착한 맨리해변 선착장.

물론 도착은 아니다.

밖으로 나와서 직진으로 쭉 걸어가야지 정말 맨리해변이 나온다.

카메라를 자꾸 들게 만드는 풍경들.

아무리 이렇게 찍어대도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니..

더 좋은 카메라를 사고싶어요..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

오늘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다.


저렇게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있는 걸 보니깐 너무 부러웠다.

한국으로 가고싶단 건 아니고, 엄마아빠랑 가연이가 여기로 오면 좋겠다 ^^;


언젠가 할머니랑 손자 조합이 우리 레스토랑에 단 둘이 밥을 먹으러 온 적이 있는데 그게 참 부러웠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같이 카페라도 가서 새로운 커피도 마셔보고 얘기도 나누고 했어야 하는데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은 참 무색하니 사라진다.

나도 우리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데 그나마 여기 오기 전에 3-4개월을 함께 지내서 다행이다.

1인분을 해내면서 사는 삶이란 어떤걸까?

살면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걷고있는데

어떤 사람이 자전거에 음료수와 포장음식을 가져와서 돌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발을 까닥거리며 행복하게 먹고있는 모습을 보니

저런게 1인분을 하는 삶이구나 싶었다.

현재에 충실하기.


예전에 나를 진단해주던 한의사 선생님은 나보고 가슴이 새카맣게 타버렸다고 했다.

그때 나에게 해주신 충고는 밥을 먹을 때는 밥에만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것만 생각하라고.

현재만 보라고 하셨는데, 2년이 지난 지금도 그걸 못하고 있다.

저는 아직도 공상에 빠져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게 맛이라도 없으면 때려치는데 또 재미는 있거든요.

할 말이 없네요 진짜..

풍경, 너무 좋았다.

맨리 해변 오른쪽으로 보면 작은 산책로 같은 곳이 있는데 그 곳을 따라가면 나온다.

특히나 댕댕이들이 산책을 많이 하고 있어서 행복했는데..

인터넷에서 보기론 댕댕이들은 쳐다보면 시비거는 줄 안다고 해서 곁눈질로 쳐다보느라 혼났다 ㅠ

사팔뜨기 되겠어..


그리고 이 곳, @the boat house

주변에 식당도 이것뿐이라서 그냥 들어왔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들어가서 할아버지들이 맛있게 드시는 메뉴를 똑같이 시켰는데 피쉬앤칩스였다.

피쉬앤칩스는 진짜 안 시키려고 했는데.. 쉬익.. 

근데 맛있었다.

엄청 촉촉한 생선튀김.

칠리소스 있었으면 더 먹을 수 있었을텐데 급식에 나오는 생선까스 소스 뭐지? 그거, 그 소스라서 남겼다. 느끼해.

take away 가능하냐고 물어보니깐 작은 종이박스를 가져다 주셔서 담아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칠리소스랑 쌈장이랑 먹으니깐 존맛.

쌈장=매직소스

걸어서 좀 쉬어보려고 하는데 저기 애기 좀 보세용 ㅜㅜ 헉헉흑흑

너무 귀엽다.

갑자기 발 밑으로 샤샤샥 뭐가 지나가길래 '쥐인가..?'싶었는데

쥐가 아니라 도마뱀이었다.

놀랐잖아 친구야.


@The bower restaurant

원래는 맨리해변 선착장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를 갈 생각이었는데

체력적인 한계로 포기포기.

그냥 이곳에서 와인 한 잔 하기로 결정.

로제와인 한 잔을 시켰다.

이거 한 잔 먹고 취해가지고 뭐라고 공책에 막 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읽어보니 진짜 웃겼다.

다음 휴일에는 혜영언니가 추천한 마켓들도 가봐야겠다.

남는 건 장소와 추억, 사람뿐이니깐 바지런히 돌아다녀서 이곳에서의 기억도 가득 채워야지.


근데 한 잔 다 먹고나니 길에서 자고싶어졌다.

호주와서 오히려 더 주량이 줄어든 기분이다.

따뜻하고 바람불고 취했고 너무 졸려..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잠을 깨우기로 함.

여긴 선착장 안에 있는 초콜렛 전문점 같은 곳이었는데

그냥 맨리해변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먹을 걸-

분위기가 아쉽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취했기 때문인가요, 멀미가 났다.

잠을 자듯이 죽은 것처럼 기대어 있었더니 나아졌다.

그러다가 눈을 떴는데 밖에 햇살이 너무 눈부시고 예뻐서 굳이굳이 나가서 사진을 찍어왔음.

저 빛이 찰박대는 바다의 표면이 너무 아름답다 흑흑


이렇게 써큘러키에 다시 도착한 나의 여정은 끝-

혼자여서 좋았던 시간은 아니지만 혼자라도 괜찮은 여정이었다.

늘 누군가와 함께 할 순 없으니깐 외로움도 친구로 삼아야지 어쩔 수 있나.

그래도 오늘 느낀점이 있다면

혼자 바위 위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발을 까닥이던 그 사람처럼

나도 그냥 이 모든 걸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