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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70~D+72] 흘러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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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7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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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1/2018


D+70, 05/11

오늘은 카페로 출근하는 날.

그리고 퇴근 후 가연이랑 같이 오버워치 월드컵을 보기로 했다.

어제 보려고 했는데 가연이 면접 때문에 오늘로 미뤄졌다. 

가연 내가 벌어먹여 살린다고 했잖아-^^!


어제 먹다 남은 유린기를 먹고 외장하드를 정리하다가 보니

예전에 다운 받아 놓은 일본 드라마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를 발견.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

보기 시작

아직 1편도 제대로 안 봤다.

근데 이 일본 드라마, 참 첫 화부터 (너무) 절절하다.

밤이나 새벽에 보면 울 것 가튼데;

아, 근데 유치하다. 2016년 작품이라면서 이래도 되나?

켄타로 짤 하나 때문에 다운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메모리 아까워.


그리고 커피머신의 고무를 갈러 우리 가게에 커피를 납품해주시는 사장님이 오셨다.

한국인이셔서 가끔 이렇게 월요일날 심심할 때 만나면 너무 반갑다.

투머치 토커로 변신함;

사장님이 기계에서 꺼낸 고무 보여주셨는데.. 참담하네..

이러니깐 자꾸 커피를 뽑을 때 옆으로 물이 조금씩 샜던 거구나.

교체 뒤에 사장님하고 커피도 뽑아보고 원두 그라인더 두께도 조절해서 맛을 봤다.

확실히 원두 두께가 얇아지고 물도 안 새서 천천히 뽑히니깐 크레마가 부드럽고 두껍게 나왔다.


사장님은 커피를 하신지 17년 정도 되셨다는데

여러 얘기를 하다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20-40대는 기력이 넘쳐서 뭐든 할 수 있는데 50대 부터가 정말 중요하고 그 때도 재밌게 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국에 돌아가서 무슨 일을 제대로 시작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애매한 재능만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나.

60-70%만 채워진 물컵이 가득한 나.

좋게 생각하면 좋게 따져지고 나쁘게만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이 나빠진다.

버릴 건 버리고 집중할 건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말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오늘 티스토리 블로그 디자인도 맡겼다.

너무 저렴해서 미안한 수준이었는데...

잘 해주시기를 기대해야지.

로고는 밑그림을 그려줘야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셔서 내가 뭐 개발새발이라도 그려야 하는데

어.. 아이디어가 없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군..

그럴 땐 얌전히 아가미로 호흡합니다.


오늘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스에 들려서 파우더를 샀다.

맞다, 이틀 고민한 충동구매다.

그래도 여름이 돌아오면 잘 쓸 것 같다.


가연한테 크리스마스에 나 고독사하면 어떡하냐고

빨리 면접 합격해서 놀러오라고 했는데

좌이 좌이 이 좌식

안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녁에 밥을 먹고 이제 딱 가연과 같이 옵치만 보면 되는데

컴퓨터가.. 컴퓨터가.. 

가연한테 어떡하냐고 500번 징징댔는데

가연이가 SSD가 나갔거나 WINDOW가 나갔거나 둘 중 하나라며 윈도우가 나가기를 바라라고 했다.

우선 알려준 대로 다른 사람 노트북을 빌려서 SD카드에 WINDOW10을 넣었는데

내 레노버 아이디어 패드에는 SD카드 먼저 로딩시키는 옵션이 없어서

돈만 들고 뛰쳐나가서 문을 닫기 10분 전인 오피스워크에서 USB를 사서 윈도우 USB를 만들었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마감 3분 전에 가게에서 나가는 진상이 될까봐 두려웠는데

내 옆에 어떤 할머니가 직원에게 사진 옮길 때 CTRL+C, CTRL+V 하는 걸 물어보고 계셔서 뭔가 안심이 됐다(?)

죄송하지만 마음의 짐을 덜겠습니다.


어쨋든 그렇게 컴퓨터에 윈도우를 다시 깔아야 했다.

어후, 진짜 진땀을 뺐네...

이제 가방에 넣을 때 노트북 파우치에 넣어서 가지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카페에서 급여체크랑 사진 정리했는데 다행이다..

특히 급여, 미궁에 빠질 뻔 했어.

급여체크 받을 때마다 꼭 꼭 해야지.


D+71, 06/11

오전이 비는 날, 12시에 네일 예약을 해두어서 체스우드로 가야했다.

그 전에 들리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시간 계산을 해보니 빠듯해서 그냥 바로 집에서 체스우드로 향했다.

이럴 때마다 잠을 줄이지 못 하는 게 좀 아쉽다.


@jjnails_kim

지난 번 네일이 한 달 동안 너무 견고하게 버텨줘서 감동이었다.

이번 것도 귀여운 걸로..

처음에 토마토색으로 전부 다 칠하려고 했는데 좀 더워보일까봐 바꿨다.

잘 바꾼 것 같기도 하고?

이 날 오후 일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내 손가락을 보더니 "what a wonderful finger!"하고 내 하트를 특히 좋아해주셨다.

할머니 귀야워싸..

네일 해주신 언니가 추천해 준 돈까스와 쫄면의 조합.

쫄면이 정말 너무 맛있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면도 얇고, 오랜만에 먹은 분식점 음식.


@Elbow room espresso

한국인 스태프가 있는 줄 모르고 간 카페였는데

넘 귀여운 숏컷 여자 직원 분이 한국말로 말을 거셔서 너무 놀랐다..

속으로 '헐, 너무 귀엽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립커피 시키니깐 설명도 해주시고 원두 향도 맡아볼 수 있게 작은 그릇에 따로 주셔서 감사히 즐겼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일부러 퀵스냅을 들고 나왔는데

마침 내 앞에 어떤 할아버지가 신문 낱말퀴즈를 풀고 계시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근데 좀 그렇잖아요.. 찍어도 되냐고 했다가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가연이랑 에어팟으로 통화하는데 할아버지가 자꾸 나를 혼잣말하는 도라이로 아시고 쳐다보시길래

내 귀를 툭툭 쳤더니 엄청 놀라시면서 웃으셨다. 다시 통화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자꾸 콧구멍이 커졌다. 파하하- 웃고싶어....

나중에 에어팟에 대해서 물어보시길래 그 틈을 타서 vibes가 너무 좋다고 할아버지 사진을 찍고싶다고 한 뒤에 허락을 맡고

사진을 찍었다.

낱말퍼즐 계속 풀라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자꾸 카메라를 쳐다보셔서 2장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오늘 기분이 좋아졌어.


레스토랑에 가기 전까지 카페에 앉아서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엔 루트보다는 하고싶은 것에 집중해서 딱 10가지 정도만 정했다.

어떤 건 간단하고 어떤 건 시간도 돈도 체력도 많이 소비되는, 그래도 지금하면 참 좋을 것 같은 것들로만.

지금 너무 하고싶은 것들로만.


오늘 레스토랑 일은 군냥 군냥 잘 흘러갔다.

군-냥-군-냥


저녁에 끝나고 가연이랑 옵치를 봤다.

이번에 가장 치열했다는 런던과 붙은 게임

근데 역시 3탱 3힐은 너무 지루하다.

그래도 간 쫄리면서 다 봤다.

오프 때 피씨방이나 한 번 갈까?..


D+72, 07/11

오늘은 좀 멀리에 있는 카페를 가려고 일찍 일어났다.

네일 받는 곳에서 추천해주신 빈티지 마켓을 들리기 위해서!


근데 메트로 잘못 탔다.

이제 화도 안 난다.

다행히 걸어서 30분이면 원래 가려던 곳에 도착하는 거리여서 그냥 내렸다.

귀여운 역이군.

한참을 새로운 동네를 구경하며 걷는데 나온 자카란다 길, 너무 예뻤다.

타운홀 쪽에는 한 그루 씩만 있었는데 이렇게 좀 나오니깐 온 사방이 자카란다로 만개했네.

색이 너무 예쁜데다가 동네도 한적해서 너무 좋은 산책이었다.

오늘도 퀵스냅을 들고 오길 잘했군.

근데 오늘 좀 날씨가 구름이 껴서 사진이 잘 나올지는 미지수다.

11월이 자카란다 만개 시기인데 마침 길도 잃어서 이런 동네에도 오고, 자카란다도 실컷 보고.

참 동화같은 하루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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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 옴.

비 피하는 중..

행복한 동화야? 불행한 동화야? 한 가지만 해줘.

정말 알다모를 날씨다.

탈모의 위협을 무릎쓰고

@The grounds of alexandria

도착.


도착해서 보니 정말 넓었고 그 넓은 곳에 웨이팅도 있었다.

한 10분을 기다려서 테이블에 착석.

메뉴를 보고 잉글리쉬 블랙티와 케잌 세트 그리고 플랫화이트 한 잔을 시켰다.

여기서 책 좀 읽어야지.

블랙퍼스트 티에다가 우유를 살짝 넣어서 먹었는데

밍밍한 밀크티 같고 정말 맛있었다.

무겁지도 않고 부드러운 느낌.

가끔 손님들이 이렇게 주문하길래 티를 진하게 우려줘야 하는건가 고민했는데

그게 아니었군, 그냥 이것도 맛있는 거였다.

커피는 크게 기대 안 했는데도 되게 맛있었다.

첫 입 먹자마자 맛있네-!라고 말함. (나의 유일한 친구 가연이에게)

케잌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다.

남은 거 포장해서 저녁에 나올린한테 먹어볼 거냐고 물어봤는데

먹어 본 나올린이 엄청 맛있다고 했음..

난 케잌을 별로 안 좋아해서 머르겠다.

<아마도 아프리카/이제니>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빈티지 마켓에 갔다.

가는 길에 비가 더 내려서 아주 쫄딱 젖어갔음..

그렇게 도착한 빈티지 마켓이 실망을 안 시켰다!

들어가자마자 가연한테 영상통화 걸어서 둘 다 너무 행복하게 구경함.

특히 카메라.

옷, 전화기, 시계, 간판, 장난감, 카메라, 그릇 등등

온갖 빈티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현금을 많이 안 가져온 게 속상했다.

다음에 다시 오기로 결정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 레스토랑은 예약 때문에 사장님도 나도 애먹은 하루였다.

고작 2개 있는 테이블을 너도 나도 차지하려고 예약을 걸어달라고 해서 늘 거절을 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왜 자기가 올 때만 테이블이 없냐고 지난 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늘 테이블이 없다고 따지는 손님,

지금 오고있다고 전화가 와서 홀딩해둔 카운터 앞 자리의 홀딩카드를 옆으로 밀고 자기 자리를 만드는 손님 등등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이렇게 벌어서 뭐 할 거냐면..

고기 사 먹을 거다ㅠ

소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