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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Murrma Diary 9] 엉망진창 뒤죽박죽, 인간관계는 어려워.

Murrma Diary


호주 워홀이 6개월 정도 남은 나는 요즘 생각이 많다.

영어도 잘 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있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한국으로 돌아가면 뭘 해야할지, 건축기사를 이용해서 건축을 해야할지 아니면 다른 걸 해야할지.

더 영어를 쓰고 싶고 외국에 있고 싶다면 칼리지가 좋을지 마스터 디그리가 좋을지.

학비는 얼마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등등.

모든 게 고민이고 걱정이다.

주변에 의견도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고는 있는데, 가끔은 "그래서 네가 궁극적으로 하고싶은 게 뭔지 생각했어?"라는 물음에

말문이 턱 막힌다.

궁극적으로.. 하고싶은 건, 음, 그냥 깔끔한 집에서 가연이랑 매일 즐겁게 사는 게 하고싶은데..

가끔 여행도 가면서 나중에는 두 할머니의 브이로그 같은 거 찍으면서 살고싶었는데..

아~ 직업적으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RM의 <Mono>앨범.

처음에 좋았던 노래는 uhgood이었는데, (나에게 딱 필요한 곡이었다. 심지어 이거 듣고 버스에서 운 적도 있다.)

듣다보니 좋아진 노래는 everythingoes.

그냥 위안이 된다.

여행 다니는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 했었는데 그 분이 이렇게 대본을 뽑아서 쉐도잉을 하시길래 나도 따라하려고 바인더랑 섹스앤더시티 대본집을 프린트했다.

지금은 진행한지 3-4일 정도 되었는데 정말 추천한다.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문구도 많고 드라마 상황과 함께 공부를 하니 어떤 뉘앙스인지 이해도 더 잘 된다.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 치과 퇴근 후 영양제점에 가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샀다.

왜 이렇게 배변활동이 불편한지 몰랐는데 점원분이 혹시 최근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지 물어봤다.

장은 우리의 모든 감정과 연관되어서 활동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거나 걱정되거나 긴장되면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그 분 생각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배변활동을 못한다고 생각하신다고 하셨고

결제할 때 "잠은 잘 자니?" 물어보셔서 낫 리얼리라고 했더니 기다려보라며 창고로 들어가시더니 잠이 잘 오게 돕는 영양제를 샘플로 주셨다.

솔직히 창고로 들어갈 때 '아,.. 이것만 사고 가려고 했는데 나한테 뭔가 더 구매하라고 하시려나?'했는데

"잠을 잘 자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 이거 한 번 먹어봐~ 1회분이야"라고 하셔서 솔직히 감덩했다..

의심해서 뎨둉합니다.

바인더에 대본집을 꽂으려고 Hole punch도 사왔는데 1불-2불 사이의 가격으로 엄청 저렴하고 좋았다.

정말 제대로 해봐야지.

Me too의 좀 더 고급진 버전 Likewise!

요즘 출근버스가 자꾸 온다고 떠놓고 사라진다.

와 진짜 싣니 버스 혼나실래요?

일부러 돈주고 앱까지 깔았는데 이런식이면 정말 곤란해, 욘석들아.

근데 지금 다니는 치과는 1분 단위로 웨이지를 주기 때문에 늦어도 내 탓, 빨리가도 내 탓이라서 너무 좋다.

일을 더해도 다 그만큼이 계산되기 때문에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과원장님은 환자가 혼자 방에서 기다릴 때 직원들이 스몰톡을 해주는 걸 굉장히 좋아하셔서

가끔 내 일이 한가할 때 날 불러서 한국말을 물어보신다던가 환자랑 대화하게 시키신다던가.. 여튼 뭐 이래저래 요상하고 웃긴 사람이다.

나쁘지는 않은데 그냥 특이하다.

그리고 이제 직원들하고도 초반의 긴장감이 풀어져서 지금은 나도 일하면서 받는 긴장감이 훨씬 낮다.


EJ언니는 한국사람인데 이 치과의 구인글을 올린 사람이다.

그래서 극초반에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기도 했었는데 나에게 차갑게 대한다는? 선을 긋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서

나도 그만큼을 지키고 있었는데 지내면서 슬슬 풀어지기도 했고

언니도 알고보니 굉장히 욱긴 면이 많은 것 같아서 '아~ 언니가 나한테 나중에 먼저 커피나 밥 먹자고 하면 진짜 대박이다. 그걸로 성공한거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드디어 언니가 오늘 나에게 "커피 마시러 갈래요?"라고 물어봐서 "데이트예요? 네~!"라고 흔쾌히 답했다.

언니한테 구구절절 "언니가 초반에 저한테@!#$#$%%^ 해서 와~ 저 언니가 나한테 먼저 어디 가자고 하면 대박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기뻐요"

라고 하니깐 언니가 왜 그렇게 대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그리고 최근 내가 고민하는 것에서도 얘기했더니 석사를 도전하는 게 훨씬 낫다고 흔쾌히 말해줘서 나도 뭔가 생각이 좀 더 클리어해졌다.

나랑 확실히 다른 사람이지만 언니는 하고싶은 건 추진력있게 바로바로 실천하는 성격이라서 재주도 많고 뭐든 빨리빨리 배워서 말하다보면

할 줄 아는 게 정말 많았다. "야무지다"라는 느낌이 든달까.

어쨋든 다음에 언니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강쥐를 보러요.. 호호

내가 요즘 미친사람처럼 빠진 분식집 떡볶이

4끼 연속으로 먹었다.

아직 질리지 않았다.

지금 좀 질려가서 한 템포 쉬는 중..

진짜 맛있다.

떡볶이에 빠진 건 처음인 것 같네요.

떡볶이랑 같이 먹는 샌디치.

피넛버터랑 딸기잼을 같이 반반 발라서 반 접어서 먹었는데 장난하세요? 존맛

호주 화장품은 뭐든 비싸다.

호주에서의 한국 화장품도 비싸다.

그래서 가연이가 어차피 나한테 택배보낼 일이 있어서 세일 기간에 물건을 사서 부쳐 달라고 했다.

가연이 없었으면 호주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감정적으로든 모든 방면에서 불안했을 것 같다.


요즘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 나를 안정시키는 사진들을 보고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카워시의 Family Day.

노엘이 점핑카도 부르고 페이스 페인팅도 하고 버거차도 왔다. 무료 아이스크림도 준비했고 무료 음료수도 준비했다.

손님 넘나 많았다.

근데 다들 좋아하니깐 힘들다기 보다는 정신없지만 즐겁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침에 커피머신 고장난 지 알고 "엥 오늘같이 바쁜 날?" 싶어서 당황했지만

알고보니 평일에 일하는 친구가 청소를 제대로 안 해서 노즐이 막힌 거였다.

후.. 네..

점핑카와 행복한 아가들, 노엘이 사진 페북에 올려달랬는데.. 까먹었네

지금 올려야지..

카워시가 끝난 뒤 공간을 렌트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낮부터 와서 버거를 팔았는데

처음으로 먹어봤다.

근데 존맛!

나는 정말.. 버거가 맛있다는 걸 최근 까먹고 살았는데

빵부터 맛있었다.

용숙 어머니가 지인 분의 아들이 혼자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데 지인분이 걱정한다면서 혹시 도움을 줄 수 있냐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냥, 귀찮다는 느낌보다는

부모님이 이니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내가 벌써 누군가에게 이것저것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니 시간을 잘 보낸 것 같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산책하러 ICC 앞 광장에 갔는데 중국 문화행사를 하고 있었다.

파장 때 간 것인지 막 뭐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정말 많군.

적당히 한 바퀴만 둘러보고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간식거리를 사왔는데, 복숭아 완전 실패.

서걱서걱 거린다.

근데 팝콘은 맛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아, 사실 오늘 같이 사는 언니한테 카톡으로 서운한 점이 있다며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최대한 그걸 고치겠다고 말했는데.

이 날 언니랑 나랑 둘 다 서로에게 엄청난 오해를 했다.

언니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을 갔고, 나는 들어오는 언니한테 인사를 했는데 언니가 인사도 안 받고 화장실로 가길래 나랑 대화가 하기 싫은 줄 알았고.

그래서 이때부터 둘 다 틀어져서 자기전까지 거의 한 마디도 안하고 각자 할 일만 하다가 잠들었다.

심지어 내가 언니한테 용기내서 잘 자라고 했는데 언니가 대답을 안 하길래, 아직도 화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얘기해보니 언니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뭐 이런저런 사건으로 우리는 이 날이 도화선이 되어서 이 다음날 엄청 싸우게 된다.

ㅡ예고편ㅡ

팝콘을 먹으며 섹스앤더시티를 볼 때까지는 예상치 못했던 싸움


이 회사는 내가 정말 입사하고 싶은 회사다.

죽기 전에 날 뽑아줘요... 데려가줘요...

Velux, 날 뽀바ㅈ줘요...


이 다음 날 요거트를 챙겨서 카페에서 먹고, 이 날도 카페가 바빠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언니한테 카톡이 왔다.

근데 요거트 존맛..


언니랑 나랑 다투는 이유는 거의 말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왜 깨져있지?"라고 물어보는 언니와 (나라고 확신하는 말투인데) '왜 돌려서 말하지?'라고 생각하는 나.

이것 때문에 서로 계속 카톡으로 기분 상하게 말을 하다가

"언니가 저랑 지내기 불편해 하시는 것 같으니깐 제가 나갈게요"라는 말까지 나와서 

둘 다 또 엄청 극에 치달아서 싸우다가, 그냥 내가 나가기로 하고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언니가 30분 뒤에 "나는 너랑 지내는 게 재밌엇는데 넌 안 그랬었니?"라는 식으로 연락이 와서

둘 다 그걸 계기로 나는 카페에서, 언니는 집에서 울면서 화해했다는 그런 얘기.

아, 남이랑 이렇게 다투기도 정말 힘들 것 같다.


결국 저녁에 복분자주 마시면서 얘기하는데 언니는 나한테 앞으로 더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했고, 나는 같이 생활하면서 좀 더 신경쓰기로 했다.

특히 오늘 언니가 "나 사실 설거지 싫어해, 나는 요리하는 게 좋아"라고 말하길래

"아, 그래요! 제발 그냥 그렇게 간단하게 말해주면 내가 그냥 앞으로 설거지 할게, 난 요리 좋아하지는 않아."라고 말해서 뭔가 실마리가 풀렸다.

언니는 내가 너무 단순해서 놀랬고 나는 언니가 2주 동안 참으면서 무언가 불편한 점을 말을 안한다는 게 놀라웠다.

어쨋든, 나랑 참 다른 사람이다라는 걸 또 느낀다.


멋지다. 눈빛이 너무 좋다.


나두 엄마랑 터키에 가고싶다.

터키에 가서 열기구도 타고 온천도 하고싶다.

아빠도 좋은데 나이가 먹을수록 엄마한테 느끼는 감정이 더 짙은 것 같다.

트레버가 고생했다며 20불을 줬다.

아싸, 그래서 교회가기 전 한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후후.. 마음의 양식. 김치찌개


그 이후 다이소에서 필요한 것을 사러 갔다.

근데 웃긴 게 한쪽에서 에케비 팬들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헤비로케이션 듣고 에케비인 줄 알았다)

어디선가 막 남자들이 다같이 응원법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길래.. 음.. 다이소에서 노래를 콘서트 버전으로 잘못 틀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띠요옹-


교회를 마친 뒤 가방에 복분자를 소중히 품고 집으로 귀가.

루피는 내가 가져오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너, 나 조아하지?

언니랑 술 마시면서 그냥 마음에 쌓아뒀던 걸 다 막 줄줄줄 말하다가 눈물이 터져서 나도 울고 언니도 울고 이런 진상들이 없었다.

난 나름 언니한테 많이 맞추고 있었고 언니는 나름 나한테 많이 참고 있었다.

후, 이렇게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능글맞게 "나한테 먼저 사과해줘서 고마워~ 증말 난 그거 너무 멋졌다구 생각해~~!" 라고 마지막에 말하니깐

자기 언니랑 똑같다며 엄청 웃었다.


잠들기 전의 핸드폰.

여행에서 만난 언니의 블로그.

요즘 치앙마이에 다시 정말, 너무 가고싶다.

당시에는 좀 질리다고 생각하며 떠났던 것 같은데, 결국 그립다.

나중에 또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온전히 나만을 위한 머무름을 즐길 수 있을까?

완전히 정착하기 전에 한 달이라도 짧게 다녀와야겠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