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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일기장

가장 사랑하기 힘들 때 가장 많이 사랑해줘야 해

 오늘은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고민들이 있어서 내가 평소에 현명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 중 원선 언니가 나에게 준 묵직한 한 방 "네가 여행을 왜 시작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봐"

 …

 여행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 이 시간에 느낀 기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고, 오랜 우울을 참아내어서 현재의 만족감을 쟁취한 내가 대견스럽다고도 생각했다.  여행 중에 남들을 웃게 하는 내가, 살아있음에 더없는 만족감을 느끼는 내가 믿기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murr-ma, 지금은 거의 사라진 호주 원주민 언어,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언가를 더듬더듬 찾는 행동. 살아오면서 세상에 질려 멀리하고 싶어했지 눈을 감고 차근차근 더듬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나를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해 준 단어. 세상을 이렇게 차근차근 내 속도로 더듬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여행이었는데 며칠간 나를 좀 몰아 붙었던 게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다시 템포를 낮춘 뒤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더듬거려보자. 나는 나 스스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 많이 이해해주고 사랑해줘야 하는데 늘 몰아붙이고 탓하기만 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혜진 언니에게 자랑했던 그 말을 되찾을 수 있기를 -


 <가장 사랑하기 힘들 때 가장 많이 사랑해줘야 해. / 어르마 봄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