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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41~D+45] 갑자기 우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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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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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10/2018


D+41, 07/10

오늘은 써머타임의 시작일..

새벽에 1시간이 줄어들었다..

새벽 2시면 갑자기 새벽 3시로 변한 것.

써머타임이 끝나면 다시 1시간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1시간 덜 잤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컨디션은 난조를 달린다.

호주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마다 다르니 본인이 있는 주가 적용되는지 확인해야한다.


근데 적다보니까 왜 썸머타임이 적용되는지 궁금하긴 하다.

검색해봤더니 한국어로는 '일광 절약 시간제'이다. 한국어로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봤더니 실제 활동하는 낮시간과 시간상 낮시간의 차이를 줄여서 에너지 사용 (특히 빛)을 절감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

여름이 시작되면 일찍 해가 뜨니, 시간상 한 시간을 뒤로 밀어버려서 새벽 6시를 시계상으로 새벽 7시로 규정한다는 것.

그러면 사람들은 실제로는 새벽 6시지만 해가 일찍 뜨므로 새벽 7시라고 생각하며 활동을 1시간 일찍씩 하게된다.

그 결과로 해가 밝을 때 활동하게 되어서 전구로 사용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논리이다.

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데 법은 따라야 하니깐..

핸드폰 시간대는 저절로 바뀌어서 평소 알람을 맞춰두고 다른 신경쓰지 않고 잠들었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 

카워시에 손님도 드릅게 없었다.

노엘과 얘기해서 일찍 끝내고 내일도 쉬기로 결정.

내일은 뭐하지? 여튼 쉰다니깐 좋긴 좋다. 최근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한 것도 없는데 온 몸 구석구석이 아팠다.

이걸 빨리 회복해야 할텐데.


일찍 집에 와서도 계속 누워있었다.

비가 오니깐 사람이 한없이 쳐진다.

영국인들이 해가 뜨면 신나서 잔디 위에 누워있던 게 생각났다.

그래, 신나겠다. 이제야 알겠네.

그러다가 교회 갈 시간이 되어서 짬뽕밥을 먹고 교회로 가기로 결정했다.

집 앞 중국집으로

@KAO KAO

짬뽕밥 증말 맛있었다.. 몸이 먹은 게 아니라 영혼이 먹은 것 같다. 조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오늘 예배 말씀도 좋았어서 왠지 센치해지는 귀갓길이었다.


내일은, 뭐하지?


D+42, 08/10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피쉬마켓에 가보려고 했는데 늦잠자서 다 망했다.

참나.

12시에 피쉬마켓 마감하는데 11시 반에 일어날 건 뭐지?


어쨋든 오늘은 책이 읽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 외로웠다.

나는 외로울 때 책을 읽어야 낫는다.

오랜 기간동안 나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터득하면서 배운 방법이다.

오늘은 좀 더 차분한 곳에 가고싶어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The Q on Harris>

예전에 라훌, 남과 함께 갔던 카페다.

여기서부터 알아챘어야 한다.

오늘부터 내가 굉장한 감성충이 될거란 것을...

콜드브루에 이어서 플랫화이트까지 마시고 나니 갑자기 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

마감 15분 전에는 나오는 것이 예의같아서 짐을 챙겨서 앞의 광장에서 가연이와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상하게 오늘은 시드니에 도착한 처음에 정을 줬던 ultimo에 있고 싶었다.

처음이라는 것에 아직도 미련을 가지다니, 진짜 스스로도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ultimo에 있던 카페에 가서 행복한 점도 존재했다. (물론 우울한 점이 더 컸지만)

한 달이 겨우 지난 지금 시드니 생활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만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도, 잡도 잘 구했고 정말 안정적이다.

근데 이 모든 것이 1년 뒤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타버릴 것 같다.

날씨탓이나 컨디션 때문에 더 힘든 것이겠지만, 어쨋든 갈피를 못 잡고 끝없이 우울하고 있는 나.

그래서 급하게 해진언니가 추천해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니가 삶이 퍽퍽할 때 읽으라고 했는데

지금 내 마음은 퍽퍽하다 못해서 삶은 계란 노른자로 식도를 막아놓은 느낌이다.


<잘돼가? 무엇이든> 추천합니다.

담담한 한 문장이 오늘도 나를 구했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원하지 말 것'

정말 간절히 원해서 그게 나를 망쳐간다면, 나를 괴롭게 한다면

그냥 원하지 않기로.

여기서의 삶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무 좋아서, 너무 사랑해서 미리 망쳐버리는 것 같다면 그냥 중간에 놔버리기를.

흘러가도록 두기를.

가연이가 맛있는 거 먹으면 기분 좋아진다고 해서 탕수육 사서 왔는데 찹쌀 탕수육이었다.

나는 찹쌀탕수육을 좋아하지 않는다.

갑자기 다시 쓸쓸해졌다.

세상은.. ㅅㅣ바 나한테 왜 그러냐?


D+43, 09/10

오늘 아침에 카페에 출근했다.

아니.. 그래도 오늘은 손님이라도 있었다. 비록 10명도 안되지만... 

아니 손님이 적으면 좋잖아? <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이다.

너무 손님이 없으면 계속 잡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내가 여기서 뭘 하고있나부터 시작해서..

끝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어제부터 시작된 나의 침체된 마음, 남는 시간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라오스에서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결국 딱 1년 정도만에 다시 우울증세가 조금 도진 것 같다.

뭐 중간중간 컨디션 저조와 개인시간 부족으로 인해서 우울한 적은 있었지만

나는 보통의 스트레스 상태를 넘어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돌입하는 순간 음식을 끊는다.

씹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거부감을 크게 느끼는데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먹었다고 해야하나?

음식에 대한 욕구가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마실 것은 먹을 수 있어서 자기 전에 오렌지주스만 한 잔 마셨다.


그나마 이제서야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전엔 이 우울이 평생 끝나지 않을까봐 두려웠다면

이제는 우울증이 질병이라는 걸 알고 치료받거나 참거나 푹 잘 쉰다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것 정도.

말 그대로 마음의 감기다.

감기를 365일 걸리는 사람은 흔치않고 그럼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는 것이 맞다.

나는 현재 일 년에 일주일 정도 앓고 있고 그런 상태에 돌입하면 매우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 지나갈 것을 알아서 참을만 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소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극도로 친한 사람 몇 명을 빼고) 

이 글을 읽고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나는 평소에.. 정말 생각없이 잘 살기 때문에... ㅎ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난 니가 항상 행복한 줄 알았어!" 라던가 

"넌 왜 세상을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라던가 등등의 얘기를 들으니깐..

머 어쨋든! 이런 나도 잘 살아간답니다.

신기한 것은 7개월의 여행에서 느꼈던 우울과 또 다른 느낌의 외로움과 우울이 동시에 찾아와서

타지생활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이 도시에 내가 쏟고 있는 마음만큼 돌아오는 마음이 없다는 것,

이 도시에 남긴 기억은 나에게만 소중할 거라는 거,

그 또한 결국 변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

편하게 웃고 떠들고 마음에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없다는 것.

저녁에 잠깐 맥주라도 같이 하자고 편하게 불러낼 사람이 없다는 것.

새로운 종류의 외로움을 오랜만에 체험했다.

우울증 1n년차로서 거의 완치되었다고 생각하는 나도 힘들어했던 만큼

혹시나 너무나 괴롭다면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심각한 경우 귀국도 추천한다.


내가 호주로 오기 전 우리 엄마가 나에게 엄청나게 자주 했던 얘기가 있는데

"거기서 마음과 몸을 망치면서까지 버티지말고, 힘들고 못하겠다 싶으면 돌아와.

니가 끝까지 버티는 게 네 스스로도 자랑스럽겠지만 그래도 못하겠다 싶으면 그냥 다 버리고 돌아와." 라고.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특히 마음...

몸을 망치는 것이 더 치명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을 크게 망쳐본 나로서는 마음을 망치는 것이 더 큰 상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몸도 소중하니깐 위험한 짓은 하지말자..!)


한 번 망쳐지고 부서진 마음은 다시 이어붙이기 너무 힘들다.

깨져버린 유리 같다.

아무리 접착제로 붙여도 나중에 그 위로 물이 스며들면

결국엔 금이 가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아 이제 그만 얘기해야지.

너무 길게 얘기하니깐 꼰대같쟈나.


... 근데 달링하버에서 노래 들으면서 산책하니깐 좋더라고..

처음으로 밤에 달링하버 가봤는데 너무 좋았다.


D+44, 10/10

너무 춥길래 따스한 옷 좀 사볼까하고 그냥 코트를 안 챙기고

자라랑 유니클로, h&m을 들렸는데... 아... 음... 사고싶은 게 없었다.

아 왜 엄청 따숩게 생긴 것들 다 들어갔냐~! 아직 추운데!

그리고 세포라에 들렸는데 <로라 메르시에>가 호주 세포라에서 6월을 이후로 철수하였다고 한다.

진저여, 만난 적도 없지만 안녕!


오늘도 어제와 같은 카페로...

근데 가는 길에 비가 너~~~~~~~~~~~~무 많이와서

가다가 쫄딱 젖었다^^.... 울고싶지 않아.

그래서 오늘은 콜드브루말고 롱블랙으로..

기본 투샷이라서 그런지 매우 진했다.

아, 책에서 방탄커피 아침으로 먹으라고 했는데

현재 입맛이 8:45한지라 뭘 사러 가기도 싫네...


마음은 점점 더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뭘 먹고싶지는 않다.

그리고

어제 읽었던 책을 오늘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책인데, 자꾸 나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난리시다.

빨리 다음 책 내주세요! 똑똑똑!

곧 오지은님 책도 나온다고 하니깐 너무 행복하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예술가들이 많이 팔아서 많이 벌고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배부른 소리해도 괜찮으니깐 날 더 웃게하고 울려줬으면 좋겠다.


오늘 카페에서 추워서 달달 떨었다.

사실 뭔가 하고싶은 얘기가 있는데 나중으로 미뤄야지.

어쨋든 오늘은 레스토랑으로 출근해서 정신없이 5시간을 일하고 나니 하루가 지나있었다.

근데 오늘 레스토랑에서 털그덕털그덕 일이 잘 굴러가서 좋았다.

이제 눈에 익는 regular customers도 생겼고,

전화 주문도 잘 받고,

스몰톡도 많이 익었고,

let me take that, i will check how long it takes 같은 문장들도 입에 착착 붙고있다.

첨에는 모두 어색하고 못했던 것들..


며칠 간 영어가 늘지않았다고 생각해서 많이 자책했는데

(류가연은 외국인이 한국와서 한 달만에 네이티브 되려고 하는 꼴이라며 나를 위로했다.)

생각해보니 처음보다 더 나아진 내 모습이 보였다. 

아주 잘~~~~~~~~~ 자세히~~~~~~~봐야하지만!


마음이 더 나아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물론 오늘 커피랑 주스 외에는 안 먹었지만.. 이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D+45, 11/10

몸살? 컨디션 저조? 악몽? 여러가지 이유로 새벽 세 시에 일어났다.

다시 잠들려고 해도 몸이 너무 컨디션이 안 좋으니깐 다시 잠이 오지도 않았다.

아 진짜 짜증나고 딱 끙끙 앓을 것 같아서 그냥 전기장판 최대로 올리고 유투브나 봤다.

나는 자면서 꿈꾸는 걸 정말 정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좋은 꿈일 확률이 낮고 일어나면 피곤하다.)

오늘 특히 무언가에 엄청 시달리는 꿈을 꿨다.

유투브도 볼 것도 없고 뭘 하지? 싶어서 제제언니한테 메세지를 보냈는데

역시나 그녀는 나와 시차가 큰 곳을 여행하는 중이기에 깨어있었다.

바로바로 오는 답장에 나도 바로바로 대답하며 최근에 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했다.

킥킥.. 보고싶어 제제!!

그리고 아침에 거울을 보니 사람이 며칠만에 수척해졌다.


완전히 일어나서 Wanny(새로운 레스토랑 알바생)에게 줄 tick form 을 만들기 위해서 Officeworks에 갔다.

필요한 걸 사고 나서 러쉬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간 나.

바디바를 사러갔는데 바디까지 고체로 사면 보관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서 플라스틱 통으로 샀다. 

아니 근데 저걸 담자고 플라스틱 통을 다이소에서 사나, 아님 원래 담아져있는 액체 형식을 사나 똑같은 거 아녀?

플라스틱 아끼려고 샴푸바를 선택했더니 나 참-

아님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라.. 아무나.. 난 아이디어 없으니깐..

이제 딱! 카페에 가면 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순간 욕이 입 밖으로 살짝 나왔지만 그냥 맞고갔다.

아니 진짜 왜 때마침 이때 또 비가 내랴?


그래도 저는 갑니다. 카페.

오늘의 책은 바로 박철현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일본에 터를 잡은 한국인 분이신데 자식이 넷이다.

(뭐 자식을 얼마나 낳으시는지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그 얘기들을 읽다보면 우리 부모님 생각이 자꾸 나서 카페에서 진상처럼 울다가 웃다가...ㅎ

메뉴 갔다주던 서버가 나에게 티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갖다주는 것 보고 머쓱했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아빠의 마음을 알게되면서 감사함보다는 미안함이 더 커진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엄마아빠가 이렇게까지 고생스럽게 살 이유가 있었을까?

아 그만 얘기해야지.


다시 고양이를 보자.

이것만 보면 행복해져.. 내 행복버튼.


카페에서 뭐라도 먹어야 될 것 같아서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샐러드랑 아보카도 말고는 도저히 들어가지 않아서 그냥 그것만 먹고 다 남겼다.

내일부터는 어차피 카페에 못 가니깐 뭔가 아쉽긴 한데... (이 카페는 세 시면 마감이다.)

어쩔 수 없지ㅡ 씨 유 넥스트 위크.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인마트를 들렸는데 떡하니 마주친 세정언니!

"뭐야 우리 진짜 동네주민이잖아~~~~~~!" 를 외치며 한 20분 동안 신나게 얘기했다.

언니랑 오랜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니깐 너무 좋다 ㅜㅜ 흑흑

나중에 제제언니랑 세정언니랑 꼭 만났으면 좋겠다.


오늘 레스토랑 일은 정말 힘들었다.


우선 나의 멘탈을 나가게 한 것들 리스트

① 정~~~~~~~~~~~~~~~말 안들리는 전화주문.

3-4번을 pardon?을 시전하면서 나도 그녀도 스트레스를 몽땅 받았음.

하지만 전화기가 잘 안들리는 걸 어.또.케.요.

② 체리의 주문실수

아직 주문실수를 자주 하는 같은 파트타이머 체리.

결국 사과는 나나 사장님이 하는 것이므로 더블체크 하느랴, 미안하다 하느랴 정신이 쏙 나갔다.

③자리만석

자리가 없는데 기다리는 손님이 생기면 먹고있던 손님들이 식사를 빨리하기를 기다리게 된다.

이것 또한 스트레스다.


뭐 이것도 있고 수면부족과 정신력 저하로 실수도 2가지 정도 했다.

모두 해결가능한 실수라서 다행이었지만.. Anna, love you...

그래도 모든 게 나아지고 있다.

오늘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빨리가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