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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in AU/1. 시드니

[워킹홀리데이 D+51~D+55] 이제 알에서 깬 아기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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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Holiday

D+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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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1/10/2018


D+51, 17/10

오늘은 화요일.

사실 오늘 내 스트레스의 근원이었던 일을 해결하는 날이다.

슨 일인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쪽.팔.려.서


오늘은 Q on the harris 카페로

요즘 읽는 책은 <어른은 어떻게 돼?>이다.

책 읽는 거, 글 쓰는 거, 그림 그리는 거.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모두 적극 동원 중인데, 잘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너무 취약하다.

감정적으로 너무 오락가락하는 것 때문에 현재 컨디션, 매우 저조함을 달리는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씹는 행위를 몸이 거부한다는 건 예전부터 몇 번 겪었지만 (시험기간, 동행들과의 이별 등등)

이번엔 지속기간이 꽤 길다.

10일은 나도 처음이다.

그래도 처음보다 나아지고 있으니 지켜봐야겠다.

뭐라도 먹어야 하나 싶어서 시켰는데 거의 다 남겼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음식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던 때는 지났다.

혼자 갑자기 신나서 학도 접었다. 네이버에 쳐서 따라함.

학 접는 거 생각보다 쉬워서 놀랐다.


카페를 다녀온 후 레스토랑에 출근하기 전 잠깐 침대에 누웠는데

온 몸이 가위가 눌린 듯이 고통스러워서 깨기가 너무 힘들었다.

급하게 사장님에게 연락을 해서 혹시 오늘 다른 알바생이 있는지 물었는데 

사장님이 체리 혼자 있는데 맡기기가 좀 불안하다고 하셔서 출근시간을 30분 늦추기로 했다.

30분이라도 더 누워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장님이 (다른 알바생) 와니한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했으니 푹 쉬라는 말을 해주셨다.

출근 1시간 반 전에 말해서 너무 죄송하다고 제가 너무 늦게 말했다고 하니깐

아픈 걸 네가 어떻게 미리 아냐고 원래 아픈건 그런거라고, 

걱정 하나도 하지말라고 해준 안나 덕에 마음도 더 놓였다.

코호맙습니다!


이렇게 몸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해서 남에게 피해끼치는 거 정말 싫은데,

진짜 최악이다...

기분은 최저점을 찍어간다.

그나마 누워있다가 몸이 좀 괜찮아져서 집 앞 카페로 가서 글을 좀 썼더니 나아졌다.

가연이가 초콜렛을 우적우적 먹으면 정말 괜찮아진다고 해서

초콜렛도 우적우적 씹으면서 공원도 걸었다.

내가 "어~? 진짜 좋아지는 것 같아~!"라고 하니깐

"어~ 근데 많이 먹으면 기분 더 더러워져~ 적당히 먹어~" 라고 해서 빵터졌다.

미칑러마 어쩌자는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라도 쨍쨍하면 기분이 더 나아질텐데

요즘 시드니는 이상하게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구름이 끼고.. 아주 난리다.

영국사람들이 날씨 탓에 우울증이 많다더니.. 정말 왜 그런지 새삼 체험 중이다.

카페에 같은 시간을 일해도 구름이 끼면 그렇게 기분이 축축 처지고 시간이 안 간다.


걷다,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돌아오니 나올린과 니콜이 열심히 햄버거를 만드는 중이라서 부엌에서 짜잔하고 나를 맞이해줬다.

불꺼진 집을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애들이 맞아주니깐 갑자기 행복한 이 마음..


애들한테 껴서 같이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패티도 굽고 빵도 굽고, 나는 딸기잼도 발랐다.

내가 딸기잼을 바르는 걸 보더니 나올린이 소리를 질렀지만.. 넌 정말 아무 것도 몰라..

단짠단짠의 법칙을 나중에 알려줘야겠어.

햄버거 완성-

근데 정말 웃기게 저거 다 먹었다.

먹으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얼마만에 음식을 먹다가 구역감을 느끼지 않은거지?

나아지고 있어서 다행이고 나올린과 니콜이 있어서 다행이다.

고마워 애들아:)


D+52, 18/10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졌다.

그래봤자 8시 반이지만?

마음 치료를 위해서 MUJI에 가서 작은 노트를 한 권 샀다.

시를 적으려고 


워킹홀리데이 일상글을 보러 내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뭐 이렇게 맨날 우울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도 있답니다...

그리고 평소엔 남들에게 티를 못 내니깐 여기서라도 쓰고싶다고요 흑흑


Q on the harris 카페로 가서 좋은 시들을 노트에 적었다.

난 역시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장이지'가 제일 좋다.

명왕성을 좋아해서 그런가?

태양계에서 쫓겨난 것도 안쓰러웠고 전갈자리의 지배행성이 명왕성인 것도 좋다.

나는 MBTI도 맹신한다.

뭐, 그게 뭐 어때서.


오늘은 꽤 좋아진 컨디션으로 레스토랑에 출근!

일은 뭔가 척척척 잘 되었다.

안나가 오늘 나에게 Take away를 맡아달라고 해서 그거 열심히 했더니 시간이 슉슉 가있었다.

내가 계속 "5분 뒤 ㅇㅇ 3개 ~" "10분 뒤 ㅁㅁ 1개~" 이렇게 자꾸 키친에 재촉하니깐

셰프님이 쟤는 말만 하면 음식이 뚝딱 나오는 줄 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ㅠ 빨리 달라고요 ㅠ


그리고 우리 가게 앞을 매일 지나는 강아지..!

소피!

애기같은데 나이가 13살인가? 노장견이다.

여튼.. 보고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나잖아요..

일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 음료수를 마시면서 산책을 하는데

가연이가 구글맵으로 같이 산책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롱디에게 추천합니다.

너무 재밌고 귀여워.

가연 : "너 그래서 지금 어디야?"

수인 : "나 텀발롱 파크 빙글빙글 돌고있어! 그 그 똥그랗게 생긴 공원보이지?"

가연 : "아~~~~~ 거기가 그 달링 하버 근처맞지!"

수인 : "어, 어 맞아. 가까워~"

이러면서 둘이 집까지 산책함.

나중에 정말 같이 이 거리를 산책하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 배가 고파서 스낵랩 하나를 사갔다.

배가 고프다는 것 조차 신기했다.

가연이랑 나랑 둘 다 이제 내가 진짜 괜찮아진 것 같다는 얘기도 나눴다.

스낵랩도 다 먹었다! 진짜 신기해..

역시 다이어트엔 마음고생이라더니.. 다이어트 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쩜 그렇게 입맛이 없었는지..


다시 잘 먹고 건강해져서 모든 게 원상태로 돌아가면 좋겠다.

내 궤도를 찾았으면 좋겠다.


D+53, 19/10

카페에 출근했다.

오늘은 해가 그나마 구름 밖으로  으쓱으쓱 기분이 좋아지는 중.

심심해서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찾아보는데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틀었다.

근데 내 넷플릭스 무슨 일인지 한글자막 왜 없어?

왜 전부 영어자막만 있어...?

진짜 어이없이 강제 영어공부 중

어쨋든 저기의 Gigi는 너무 사랑스러운데 안타깝다.

근데 공감이 많이 되는 영화다.

왜 나는 사랑을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거라고 착각했을까?

사랑은, 그냥 사랑이다.

뭐 영화나 드라마같은 특별한 이유를 찾는 건 관두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치앙마이-빠이 심향에 다시 간 박주우가 사진을 보내왔다.

만들어뒀던 눈사람들이 잘 걸려있는군.

트럼프는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시저는 새끼를 낳았다.

나중에 나도 다시 가봐야지.

가연이랑 빠이를 못 갔는데 다음엔 꼭 같이 빠이에 가야겠다.

같이 별도 보고 수영도 하고 오토바이도 타고... 벌써 한국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가연이가 보인다 보여.

요즘 내가 너무 사랑하는 라면.

진라면 매운맛...뜨거운 물 붓고 뚜껑껍질 완전히 벗긴 뒤에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리면!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은박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불이 붙으니 잘 제거하고 돌려야 함.

원래 라면 먹으면 체하는데 이렇게 먹으니깐 면이 잘 익어서 그런지 체하지도 않는다!

여러 번 들여다본 사진.

너무 사랑스러운 사진이다♥

우에에에엥ㅇ..

고양이 보고싶어.

우리집 고양이는 저렇게 앉으면 화내는데.. 그래도 보고싶어.

고양이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데 고양이가 없어.


D+54, 20/10

카페에 출근해서 카워시 사람들에게 바나나 브레드를 구워주면서 나도 먹어보았다.

사람들이 환장하길래.

별로 안 좋아함+바나나 별로 안 좋아함의 조합인 나는..흠

글쎄요...

왜... 먹는 걸까요?

난 원래 취향존중 같은 거 못 한다.

읽고 싶은 책들은 점점 세상에 더 많이 나오는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 주에는 3권 정도 읽은 것 같다.

Ebook 리더기를 사온 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수인아, 읽어야 산다.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회복세에 돌입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의 난리였다.

니콜이랑 둘이 눈이 땡그래져서 서로 쳐다봤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시드니 멸망의 날인가.


밥을 먹고 잤는데, 너무 깊게 잠들어서 이제 아침이겠거니 하고 일어났더니 11시 반이었다.

그래서 나가서 오렌지주스 마시면서 산책 한 번 함..

하루를 번 기분이군..

근데 머리맡에 전기코드가 있어서 일부러 거꾸로 한 번 자봤는데 잠이 더 잘 오는 것 같다.

기분탓인가?

전자파를 조심해야지 치매가 안 온다고요.


그리고 대망의 소식!

김남준씨의 모노 플레이리스트가 떴다.

LP판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하... 진짜 쉴 틈을 안 주네..사랑한다..

본보야지도 안 봤어 아직...

나만 느리다.


남준이의 "세상은 컬러인 척 하는 모노야" 이 가사에서 따온 건가?

참 남준이스럽다.

계속 본업에 집중해줘서 고맙다.


자기 전에 라이브 아카데미도 2개나 보고, 영어공부 계획도 세웠다.

이제 점점 나한테 집중하면서 중심을 잡아가야지.


D+55, 21/10

출근 완료.

다음주 월요일은 꼭 쉬어야겠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안돼, 더 자. 더 자.'하는 나의 몸의 소리를 무시중이다.

출근하고 빵이 도착해있길래 그거 일일이 포장하고 쇼케이스에 정리하고 나니깐 시간이 꽤 흘러있었다.

카워시 사람들에게 빵도 구워서 주고, 음료도 타다줬다.

솔직히 유통기한 지나면 다 버려야 하는데 안 팔려서 거의 다 버린다.

그럴바엔 적당한 속도로 나눠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에너지 딸리면 카워시도 대충하게 되니깐 뭐 도랑치고 가재잡고라고 생각한다.


콜스에서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해서 그걸 정리하고 배가 고파서 토스트 하나를 먹었다.

치즈랑 베이컨, 바베큐 소스만 넣어도 너무 마쉿잖아요.

벤앤제리 초콜릿 퍼지 브라우니, 노맛

점심 때 요즘 잘 먹는 진라면 컵라면을 먹다가 갑자기 씹고 있다는 거부감과 구역감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씹던 거, 먹던 거 다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잘 먹다가 당황스러운 상황..


그리고

오늘은 낮에는 손님이 없다가 마감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몰렸다.

정말 이런 패턴은 파악할 수가 없다.

그냥 받아들여.


노엘과 월요일날 쉬는 걸로 얘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뭐 먹을지 고민 중에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참치마요고추장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로 결정!

마침 재료도 다 집에 있어서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양파의 매운기를 안 빼서 절반 먹다가 급 고통을 느낌.

내가 이 나라 양파를 얕봤다.


먹고 좀 자고 싶었는데 예배시간이 다가와서 밍기적 밍기적 일어나서 교회로 향했다.

근데 가서 엄청 졸았다.

졸면서 졸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잠을 이길 능력이 태초부터 내게 주어지질 않았다.

그래서 졸았다.

졸면서 고등학생 때도 이렇게 잠에 무력했던 내 자신이 생각났다.

그땐 지금보다 체력도 좋았을텐데 왜 그렇게 늘 피곤했을까.

나란 사람은 그렇게 주구장창 앉아서 집중하는 게 어울리는 피조물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누가 날 거기에 쳐박아 놓은거야.

하여간 구린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고 미경이랑 질질 걸어다니다가 집 가는 길에 마라탕을 사왔다.

내가 마라탕의 얼얼한 매움을 그리워했던 것과는 다르게

..

생각보다 더 강력한 맛이었다.


@Yang Guo Fu Ma La Tang

절반도 못 먹고 콧물이란 콧물도 다 흘리고 재채기도 엄청했다.

포장해오길 잘했다는 생각.

내일 쉬니깐 마음이 너무 편하다.

내일은, 음 ... Manly 해변을 가볼까?

늘 생각만 했었는데 휴일에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통화하다가 가연이가 이제 난 알에서 깬 아기새같아서 스트레스 받는 거라고 해줬다.

(지금 내가 스트레스 받는 부분에 있어서 난 아직 어리숙한 사람이라서)

새로운 것엔 누구든 스트레스 받고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니깐.

사는 동안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많이 노력했고, 나름 평균 이상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부족한 점이 참 많구나 싶고, 아마 가연이가 없었으면 머리를 벽에 치대면서 더 괴로웠을거다.


이제 알이라도 깬 게 어디야.

좋게 생각하자 좋게 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