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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1. 중국

중국 쑤저우(소주) -> 중국 시안(서안)

9/29

어제 쑤저우에 도착하자마자 기차역 티켓오피스에 줄을 서 쑤저우->시안 표를 끊으려했으나 처음 서서 물어봤던 줄에서 표가 없다고 했었다. 근데 순간 그 매표소의 직원이 내가 ""sorry, i'm korean"하며 중국어를 못 알아 먹는 표정을 짓자 "허!" 하면서 한숨을 쉬며 짜증스런 표정을 짓던 것이 계속 생각나면서 일부러 표가 없다고 했나?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런게!!!!!!!!! 이런게!!!!!!!!!!! 인종차별은 아니더라두,,, 국적차별 뭐 이런 건가 싶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줄에 서서 물어보니 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근데 입석으루다가 ^^,,,, 뭐 어찌됏던 그 당시에는 표가 있단 사실만으로 기뻐서 예쓰예쓰 ㅠㅠ,, 하며 신나게 받아왔으나 나~~중에 한 5시간 넘어서 즈음 검색해보니,,, 그 표는 18시간 짜리였다&^^^,,,,,,,,,,,,,,,,,,,,,,,,,,,,,,,,,,,,,,,,,,,,,,, 왜 남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까,,,,,,,,,,,,,,,,,,,,,, 중국은 ,,,,,,,,,,,,,,,,,,,,,,,,,, 줠라,,,,,,,,,,,,,,,,,,,,,,넓다는 거슬,,,,,,,,,,,,,,,,,,,,,,,,,,,,,,,,,,,,,,,,,,,,,,,,,,,,,,,,,,,,,,,,,,,,,


여튼 쑤저우를 여행하는 틈틈히 18시간 짜리 입석표가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그때마다 시옷발음의 욕과 함께 한숨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그리고 쑤저우에서 시안으로 가는 아침, 일어나서 모든 짐을 가방에 꼼꼼하게 챙기면서 일부러 손에 드는 짐이 최대한 없도록 짐을 하나에 몰아넣었다. 가는 길에 들린 편의점에서 신라면, 과자, 음료수, 초콜렛, 물도 사서 달랑달랑거리며 40번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는 먹을 것을 한가득 든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있었다. 그 사람들의 손에 든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진경이와 나는 너무 적게 구매한 음식에 훅 불안이 끼쳤지만 기차안에서도 팔거라는 믿음으로 괜찮아, 괜찮아 서로 말해주었다.


기차표를 검사 후 기차를 기다렸는데, 난 딱 한국의 기차입석을 생각한지라서 어디든 머물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차를 올라탔으나 기차 안에는 정말, 입석이 머물 곳이 없었고 사람들에게 밀려 밀려 들어간 기차칸의 통로에는 딱 나 하나 서있기도 벅차서, 내가 그 기차 통로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순간 기차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하며 시선을 어디에 둘 지를 몰라서 "뚜이부치, 뚜이부치"라는 말만 되새겼다. 그때 역무원이 다가와 나에게 중국어로 무언가를 물어봤고 나는 번역기로 (중국의 명절인지 모르고 여행을 와서 입석을 끊을 수 밖에 없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번역해서 보여드렸다. 그 분은 진경에게 짐을 놓을 곳을 안내해주셨고, 나는 주변 사람들이 좌석 밑에 짐을 넣어주셔서 다행히 빈 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짐을 넣자마자 한 분이 앉으라며 자리를 비켜주시는게 아닌가 "뚜이부치 뚜이부치"하며 사양해도 자신은 항저우에서 내린다며 앉으라고 하셨다. 내가 앉지않자 그 분도 계속 앉지않으셔서 결국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갔다. 가는 동안 어떤 커플 중 남자분은 담배를 피우고 올테니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고 해놓고 3-4시간이나 돌아오지않아 커플여자분에서 물어보니 "괜찮아, 담배피러갔어"라고 말하셨고 또 물어보니 "그이는 식당칸에 자리를 잡았으니 편하게 쉬어라" 고 말해줬다. 나중에는 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파파고 통역앱으로 얘기를 나눴는데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들, 사소한 질문들에서 우리를 걱정하는 따스한 마음들이 느껴졌고 이 열차에 타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계속 자리를 비켜주시자 죄송해서 식당칸에서 뭐라고 시켜먹고 앉아있자라는 마음으로 식당칸으로 갔는데 그때 식당칸도 자리가 부족해서 아기 한명과 함께한 부부와 식탁을 공유하게 되었는데, 아이와 놀아주며 그 부부와 대화하다보니 너무 즐거워 위챗 아이디도 등록했다. 아기 이름은 탕탕이었는데...,, 낙지 탕탕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무한한 노력을 했으나 실패했다....ㅡ,,,, 여튼 그 아이와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나눠본적 없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탕탕이가 너무나 보고싶다. 그 가족도 너무나 보고싶다. 

한참 그 가족과 놀다가 식당칸의 풍경을 바라보는데 그때 확 느껴버렸다. 이 기차에서의 시간은 다시는 느끼지 못할 순간들이자, 기억들이라는 것을. 그 칸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그 분위기는 앞으로도 내 마음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이 기차에 타서 받았던 수없이 많은 호의들과 순수한 궁금증들, 걱정들, 같이 앉아 살을 부대끼며 느꼈던 시간들. 그걸 다시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사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순간순간 그때가 떠올라서 마음이 아리다. 왜 늘 소중한 추억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마음들을 통해서 무사히 시안역에 도착했다. 사실 그 사이 자잘한 기억들이 많지만 그걸 적기엔 내 마음이 견딜 수가 없다. 지금도 너무나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들이라서 글을 쓸 때마다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탕탕이네 아빠와, 같은 테이블의 커플과, 언니 한 명, 총 3명과는 여전히 연락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의 얼굴도 그리움으로 아른거린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흐릿흐릿해지는 중이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똑같이 반복하는 구간 속에, 그 열차 속에 살아 숨쉬는 그 사람들. 

쩐주에서 내린 빵모자를 쓴 사람, 라면을 참 맛있게 먹던 그 사람,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무표정한 얼굴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준 사람, 한국인인 내가 신기한지 저 멀리서 흘끗흘끗 쳐다보던 사람, 탕탕이와 놀아주던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 계속 잠만자면서 가끔 일어나 짜증섞인 시선을 보내던 사람, 눈이 마주치자 슥 피해버린 사람,.. 아마 이 열차는 내가 살아있는 내내 내 기억속에서 영원히 똑같이 운행하겠지.  


더 쓰기가 힘들어 그만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