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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2. 베트남

베트남 하노이 8일차 (다시 하노이로)

10/18

하롱베이에 가서 하롱의 바닷가와 섬을 눈으로 멀리서 구경만 하다온 빡대갈 수인과 진경은 오늘 헤어지는 날이다.

막상 둘이 하던 여행을 혼자 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나대로 막막하고, 진경이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막막해서 둘 다 아침부터 징징댔다.

그리고 조식시간도 헷갈려서 놓쳤다. 투 빡빡..

어제 사놓은 고래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짐을 챙긴 뒤 11시쯤 호텔로비로 내려가 버스터미널로 갈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나는 하노이로 진경이는 하이퐁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그 로비에 계시던 직원분이 그건 너무 힘들다며 하노이와 하이퐁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각각 알아보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이퐁이 아닌 깟비 공항으로 바로 가는 미니버스를 150,000동에 하노이로 가는 6인승 밴을 200,000동에 구해주셨다. 꺄악!

너무 감사하다고 꾸벅꾸벅 인사했다.

우선 내 밴이 먼저 도착해서 내가 먼저 그 호텔을 떠나게 되었다. 진경이와 인사를 하고 밴에 탔더니 할머니 한분과 아주머니와 딸이 타고 계셨다. "씬 짜오~"하고 인사하니 다들 웃어주셨다. 진경이와 기분이 이상하다며 카톡을 하고 잠들었다.


중간에 잠에서 깼는데 기사 아저씨가 미친듯이 역주행 운전을 하고계셔서 잠이 깼다...................... 역주행은 3분에 1번씩 일어났다. 클락션도 엄청 자주 누르셨다. 이랬는데 잠을 자고 있었다고??하는 마음에 잠에서 깨 아저씨의 운전을 지켜보았는데 지금까지 사고가 안난 것이 용하다싶을 정도의 운전이었다. 그러다가 20분을 지켜보니 이제 슬슬 안심이 되었다. 아저씨는 운전의 신이셨다. 내가 감히 의심을 했다. 밀당의 고수처럼 역주행으로 추월했다가 다시 제 차선으로 쏙 숨고 큰 차가 오면 좀 지켜보다가 다시 역주행을 하시고 다시 제자리를 찾으셨다. 이걸 끼어들 수 있어? 하는 곳도 척척 끼어드셨다. 그래서 그냥 잤다............ 우선 아저씨가 믿음이 갔고 그 다음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다가 아저씨가 갑자기 차를 멈추셨다. 하노이는 아니였고 길가의 천막 같은 곳이었는데 어리둥절하고있으니 옆의 할머니가 내게 내리라는 시늉을 하셨다. "why stop here?"하고 물어도 베트남어로 대답하셔서 그냥 내렸더니 할머니가 좌판을 지나 화장실로 나를 데려가셨다. 자신이 가진 휴지도 반으로 나눠주며 들어가라는 시늉을 하시길래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냥 냅둘 수도 있으셨을 텐데 감동시러웠다,,

좌판에서 미니슈 10개들이 팩 2개를 골랐다. 얼마냐고 물으니 아주머니가 옆으로 조르르 가셔서 5만동 1개와 1만동 1개 지폐를 흔드셨다. 그 모습에 잔잔히 웃음이 났다. 6만동을 드리고 차에 탑승해 다른 분들께 드시라고 권하니 괜찮다고 하셔서 미니슈 팩 하나를 기사아저씨께 드렸다. 아주머니께서 과일을 권하셨고 좌판에서 많이 봤지만 한번도 먹어본 적은 없어서 한번 먹어보니 굉장히 상큼하고 개운했다. 담에 꼭 사먹어야지 =ㅅ=!!!!!!!!!!!!!


미니버스로 4시간에 걸쳐 온 하노이-하롱베이 코스를 이 아저씨는 2시간 반만에 돌파하셨다,,,, 박수를 드립니다.

나를 하노이오페라하우스에 내려주신 아저씨는 그렇게 떠나셨다.


예약해놓은 토모다치 하우스 호스텔로 혼자 걸어가는 길, 그렇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오늘 호텔 리셉션과 밴에서처럼 세상의 좋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거고 또 나도 최선을 다해서 감사하다고 전해주면 된다.

지금 이 주변에 내가 아는 사람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도와달라 요청하면 웃으며 도와줄 사람은 언제나 존재할거라는 걸 잊지말자.

지금 이 시간이 헛되다고 느껴지더라도 나중에 먼 훗날 바라보면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닐거다.


게스트 하우스 앞에 도달했는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번잡하지도 않고 도롯가도 아니다. 토모다치 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나와 쌀국수를 먹었다. 전에는 남기는 일이 대반사였지만 천천히, 감사한 마음으로 다 먹었다. 쌀국수집에서도 할머니께서 계속 나를 챙겨주셨다. 점심을 끝내고 주변의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인테리어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자주 오게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메뉴를 살펴보니 메뉴도 식사류부터 디저트류 커피와 티까지 다양하다.

아이스 오렌지 피치티를 시키고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의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오늘 처음으로 시킨 음료도 누군가에게 추천할 만큼 맛이 좋고 책도 다 읽으니 기분이 아주 개운하다. 나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모카치노. 커피도 아주 맛있고 덤으로 나오는 쿠키도 훌륭하다. 내가 앉은 테이블의 스탠드가 고장났는지 종업원이 켜주려다가 멈추고 컵에 촛불을 담아서 올려놔준다. 씬 깜언 -


진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긴다. 신이 있다면 나를 아주 사랑한다는 생각도 다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