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 시공사 / 2017년 1월의 독후감
해가 바뀌었다. 스스로에게 약속해온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도 나는 감당하지 못 할 것들을 이리저리 펼쳐놓고 허둥대고 애써 최선을 다해 수습해대다가 결국 지쳐 우는, 그래도 어떻게든 주섬주섬 파편들을 모아놓고 마무리하는, 그런 순간들을 아주 많이 겪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가 <하면 된다, 아님 말고>이었으니 몇 해 전의 내가 얼마나 조심성 없이 일을 벌이는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만 한데 과거엔 치기로라도 버텨지던 그 시간들이 요즘에서는 나에게 아주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증명해야한다는 부담으로 말이다.
MURR-MA[무르-마] :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언가를 더듬더듬 찾는 행동.
상상해본다.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물놀이를 하다가 잃어버린 반지일까, 실수로 떨어트린 안경일까, 아니면 그저 돌멩이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까. 사는 것이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르마같다는 생각. 다들 첫 인생, 첫 순간, 첫 감정, 첫 느낌, 첫 경험, 첫 숨결이라 모든 것은 더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태어나 느끼는 모든 것이 비슷할 순 있어도 다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하늘아래에 처음이 아닌 것은 없다고. 모든 이들이 흐릿-하게 보이는 물속을 발가락으로 더듬어가듯이 살아가고 있다고. 가끔은 다슬기인 줄 알고 집었더니 작은 돌일 수도 있고, 신발인 줄 알고 꺼냈더니 검은 비닐봉지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래도 쉬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과거에 이 강 바닥에서 건진 소중한 것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싶은 생각.
내 부담감은 이 예쁘고 반짝이는 단어로 인해 한결 가벼워졌다. 삶은 무르마 같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내 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늘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시간들이 느슨해지고 지겨워지는 시간에는 더듬거리다 맞닿는 다른 이의 감촉이 내가 혼자 헤매고 있지 않음을 위로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이 강에서 늘 함께 기뻐하기를, 위로하기를, 호흡하기를 바라는 새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