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림과 그림자 그림과 그림자 / 김혜리 / 앨리스 / 2016년 9월의 독후감 무덥디 더운 여름의 끝물이다. 아니 이미 끝나버렸는지도 모른다. 에어컨을 껐다켰다 시종일관 못살게 굴던 일과도 끝이 났고 한쪽 구석에 넣어둔 긴팔잠옷도 夏眠을 끝냈다. 아마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이 왔나보다. “빛이 사위고 그림자가 깊어지면 사소한 디테일은 사라지고 자질구레한 모든 것이 퇴장한다. 사물은 위대하고 강력한 덩어리로 보인다. 단추는 보이지 않지만 옷은 남는다. 옷은 보이지 않지만 모델이 남는다. 모델도 보이지 않게 되면 그림자가, 그림자조차 사라지면 그림이 남는다.” (54p) 겨울에 가까이 갈수록 해는 짧아지고 어둠이 길어진다. 자질구레한 것들은 퇴장하고 단순한 진실들만 남는 순간이 길어진다. 이 책에서 얻은 나의 위안이다. 쉽.. 더보기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 최은영 / 문학동네 / 2016년 11월의 독후감 가끔은 스스로도 어이없을 정도로 나사가 빠질 때가 있다.뭐 하나를 잠깐 손대도 실수하고, 그 실수가 평소 같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어처구니없는 일임에 기함한다. 그럴 땐 주변인에게 느끼는 미안함은 물론이거니와 스스로를 향한 모멸감과 자괴감이 스믈스믈 피어오른다. ‘왜 나는 이정도 사람일 수밖에 없을까’하는 생각들.보통 이런 날들은 하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4-7일 정도 지속되곤 하여서 크고 작게 일어나는 일들을 수습할 마음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다. 무자비한 날들이다. 한참 그러던 때에 독서모임에 올라온 책이 였다. 제목만 봐서는 일어 번역체가 가득담긴 일본소설인 줄 알았다. 그 당시엔 마음에 여유가 없어 우선 핸드폰 e-book에 다운.. 더보기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 시공사 / 2017년 1월의 독후감 해가 바뀌었다. 스스로에게 약속해온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도 나는 감당하지 못 할 것들을 이리저리 펼쳐놓고 허둥대고 애써 최선을 다해 수습해대다가 결국 지쳐 우는, 그래도 어떻게든 주섬주섬 파편들을 모아놓고 마무리하는, 그런 순간들을 아주 많이 겪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가 이었으니 몇 해 전의 내가 얼마나 조심성 없이 일을 벌이는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만 한데 과거엔 치기로라도 버텨지던 그 시간들이 요즘에서는 나에게 아주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증명해야한다는 부담으로 말이다. MURR-MA[무르-마] :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언가를 더듬더듬 찾는 행동.상상해본다. 물속에서 발가락으로 무엇을 .. 더보기 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 / 김애란 / 문학동네 / 2017년 12월의 독후감 춥다고들 한다. 첫 눈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찾아왔다. 가로등 빛 아래로 흩날리는 눈, 얇게 쌓인 눈에 남긴 발자국 같은 사진이 곳곳에서 올라오고 친구는 한파주의보의 알림을 내게 전송하며 말했다. “넌 좋겠다. 여긴 너무 추워.” 따뜻한 도시에 3개월간 집을 얻었다. 바쁘게 풀어지고 싸지던 내 배낭은 장롱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몸에 박제한 듯이 챙기고 다니는 여권은 책상 위 파우치에 곱게 넣어놓았다. 집 근처에 요가를 다닐 수 있게 짐도 3개월 끊었다. 사실 나도 어딘가에 속해있고 싶었다. 어느 국가에, 어느 도시에, 어느 집에. 조금 더 안정감을 느끼면 내 마음도 지금보다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택한 결정이었다. 집을 얻은 후 .. 더보기 back to chiangmai, 그리고 책상. 지난 번 일기에서 굉장히 자신만만하게 한국행을 결정한 것 치고는 빠르게 결정을 번복했다. 가지 않을거다.하루에 열댓 번씩 마음이 바뀌어서 주변 사람들도 이제 네 말은 믿지 않겠다고 농담을 던지곤 했는데 갈팡질팡하는 이 마음을 나도 잡을 수가 없었다. 3주 전 쯤, 한국행을 결정하고 블로그에 글을 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마음이 불안해 새벽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쇼파에 앉아서 차분히 생각해보니 한국을 가고싶었던 것이 아니라 워홀에 가서 생활전선에 다시 뛰어드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솔직히 아직은 한국이 그립지 않다. 우선 미얀마까지 더 가보자고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가연이가 한국으로 가는 것에 맞춰서 혼자가 된 지금, 가나다라라는 숙소에 쏙 숨었다!우선 3박을 예약해뒀는데 방에 .. 더보기 태국 치앙마이 1월 18일 2018.01.18/아침에 경찬이 수업 후 책을 챙겨 로 향했다.오늘은 고양이들을 바깥에 풀어놓으셔서 책을 읽는 동안 냥이들이 내내 옆을 기웃댔다.특히 이 황토색 냥이는 사람의 손길을 너무나도 좋아하심.//아구 자리 잡으셨어요?반포디에 가서 적당한 볕에 커피를 마시며 냥이들을 만지고 있으면 내 삶이 정말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번 책은 '나는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보라가 가져왔다.나도 그렇지만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감정을 잘 숨기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인가.감정을 잘 숨겨야 어른인가.사실은 감정이라는 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라 내부에 쌓이는 것인데 말이다.나도 화가 나는 순간에 참아내고 어쩔 땐 웃어 보이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내.. 더보기 태국 치앙마이 1월 17일 2018.01.17/아침에 경찬이 수업 후 책을 챙겨 반포디로 갔다.프티콜랭의 나는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보라가 한국에서 가져온 책... 우선 집에 있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국립도서관에 가봐야겠다. (한국책이 많다고 한다)//1/3정도 읽은 뒤 책을 접고 보라에게 연락을 했다.요즘 보라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오늘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하자 주만지를 골랐다.반포디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을테니 보라보고 지나가는 길에 나를 데리고 같이 보탄에 가자고 했다. 15분이 지났을까 보라가 왔고 짐을 챙겨 같이 근처의 보탄으로 향했다.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지라 간단히 메뉴를 2개 정도 시킨 뒤에 기다리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받으니 lazada에서 시킨 택배가 왔다는 것... 아 오늘.. 더보기 태국 치앙마이 1월 22일 2018.01.22/오늘은 뭐랄까.신기하면서 알 수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경찬이 수업 후 카레를 해서 먹었다.카레 줘아... 너무 줘아..한 그릇을 싹싹 비우고 나도 나갈 채비를 했다.오늘부터 영어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어서 책도 가득가득, 내일 수업 할 경찬이 영어책도 챙기고.. 노트북도 챙기고...하니금새 가방이 묵지근해졌다. 우선 마야몰에 들러서 노트를 사고 다이소에서 거품망을 산 뒤부츠에 들려서 크림을 구경했다.//평소에 끊지 않고 쓰는 크림이 아벤느 트릭세라였는데 부츠와 왓슨을 살펴봐도 없다..lazada 인터넷쇼핑몰까지 확인한 뒤에 없으면 가연이한테 올 때 들고오라고 해야겠다. 어제 에 반한지라 오늘도 기대하며 더위를 참고 걸어갔는데...문을...닫...았...?왜...? 오늘 치앙마..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7 다음